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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사태가 전 정부 책임?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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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영공이 뚫린 것을 놓고 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지난 수 년 간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며 사태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린 것입니다. 야당은 '안보 참사'마저 전 정부 탓을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에서의 실질적인 훈련 부족은 지적할 수 있지만 군통수권자로서 과도한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 내용을 보면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대목들이 눈에 띕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7년부터 북한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이 전무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를 콕 집어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북한의 드론 테러에 대비해 수방사와 경찰, 소방청 등이 참여한 민관군 합동 훈련이 실시됐고 언론에도 일제히 보도됐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도 했는데 이미 2018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산하에 드론부대 2개 대대(4개 중대)가 설치됐습니다. 미래전 수행을 위해 정찰드론과 무장드론, 전자전 드론 등 편성, 운영이 주요 임무입니다. 대통령실은 28일 윤 대통령의 언급은 드론부대 창설이 아닌 확대 편성을 의미한다고 수정했습니다. 우리 군의 드론부대 설치 여부와 훈련 같은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군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사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우리 군의 전력 증강과 대비 태세는 보수, 진보 정권 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진보 정부에서 안보에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국방비를 더 큰 폭으로 올렸던 게 현실입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6.1%, 박근혜 정부 당시엔 4.2%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7.5%로 뛰어올랐습니다.  문 정부는 보수 정권 때보다 국방 예산 증가율을 더 높게 잡은 이유에 대해 “방위력 개선 분야는 10∼20년 걸리는 사업이 대부분인데 북한 비핵화가 가시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그나마 북한의 드론을 군사분계선(DMZ) 북쪽에서 탐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전 정부에서 휴전선 부근에 설치한 국지 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덕분입니다. 2014년 북한의 첫 드론 침투 때의 '깜깜이' 상황과는 달라진 장면입니다. 무인기를 공격할 비호, 발칸 등 방공무기들도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상 무기의 경우 자체 영상이나 레이더에 적 공격기가 식별되지 않으면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없는데 서울 상공으로 진입한 무인기를 탐지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선 한반도 평화와 대북협상에 무게가 실려 군사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훈련 부족으로 군의 대비 태세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훈련의 강도나 실질적인 훈련, 적 상황을 상정한 실질적 훈련에 대해서는 취약했다”고 말했습니다.하지만 현 정부와 군의 대응 소홀을 무조건 전 정부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무인기 침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은 것입니다. 대통령실은 “NSC를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지만 당시 상황은 북한 무인기 5대가 동시에 출격해서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니고 우리 전투기가 20대나 출격하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수시로 보고를 받고 있었고 지시도 했다고 하지만 소극적 대응이란 비판이 없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NSC 회의를 주재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불안을 덜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전 정부 탓을 하기 이전에 대통령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어보고 바로잡는 게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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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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