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에 담긴 정치적 함의
청와대가 논쟁적인 주택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결단의 정치적 배경이 주목됩니다. 현 시점을 놓고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고 보는 여권내 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언급했듯이 반도체 기업의 억대 성과급과 주식시장 투자수익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간신히 눌러 놓은 서울·경기지역의 아파트 값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올려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내후년 총선 실패와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팽배합니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게 된 건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노른자위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의 공급 계획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주택공급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장 자리를 내줌으로써 원활한 공급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 세제개편을 통한 수요 억제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낼 거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셈입니다. 정부가 7월에 발표할 대책 가운데 매입 임대아파트 사업자 세제 혜택을 손질하기로 한 것도 이들이 보유한 서울 지역 아파트 4만여채를 매물로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주택과 고가 주택 소유자들을 타깃으로 한 보유세 인상이 여론 형성에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수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는 '부동산 표심'이나 한강벨트 몰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실제 자치구별 득표율을 보면 오 시장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북권과 서남권 여러 구에서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얻었습니다. 오 시장의 개인기와 민주당 후보의 선거 전략 부족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오 시장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단순히 부동산 정책 불만이 아니라 이들 지역의 보수 성향의 표출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일각에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이 패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 후보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늘어난 재산세 증가분을 한시적으로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는데, 시민단체들로부터 "이미 혜택을 받고있는 고가 1주택보유 고령층에게 추가적으로 세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건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낙선한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재산세 인하' 등 정부와는 전혀 다른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런 태도가 2030세대들의 불만을 키웠고,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도 이에 실망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런 기류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방선거 직전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긍정 평가 43.0%, 부정 평가 47.4%로 팽팽했습니다. 긍정 평가는 지역별로는 강북서권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부정 평가는 강남동권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높았습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이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이 가장 많은 반면, 부정 평가 이유에서 부동산은 후순위인 9%에 그쳤습니다. 보수 진영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재명 정부를 더 절박하게 만드는 것은 불평등과 양극화 악화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골이 깊어진 정황은 다수의 정부 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그 가장 큰 요인으로 부동산이 꼽힙니다. 그간엔 소득이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었으나 얼마 전부터 자산 요인이 소득 요인을 추월했습니다. 가구 자산의 80% 가까이가 부동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증가를 견인하면서 격차를 벌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방치하면 사회통합에도 방해가 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청와대에서는 당분간 선거가 없는 지금이 세제 개편의 적기로 보고 있습니다. 2028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당 내부에서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한 반발이 고개를 들 수 있어서입니다. 부동산 과세 정상화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해서도,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도 서둘러야 할 과제입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잘못된 인식을 이재명 정부에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시도를 위한 골든타임이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을 여권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여권 전체의 지지율이 폭락세입니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정치부 선임기자는 어느 집단이든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갈등을 잘 관리해서 통합을 유지하느냐, 갈등을 키워서 분열과 내전으로 치닫느냐는 구성원의 실력과 수준에 달렸다고 지적합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가치와 명분과 비전과 정책은 안 보이고 자극적인 말만 칼날처럼 날아다닌다고 개탄합니다. 👉 칼럼 보기
[박래군의 인권과 삶] 질문하는 시민들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든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실패는 유권자들의 국정 운영에 대한 냉정한 평가입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진전했을지 몰라도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고, 이제 불평등은 기정사실로 고착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탄식합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이 정작 광장의 요구와 약속을 외면한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