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는 좋은데 왜 지지율은 안 오를까
거시 경제지표보다 체감지표가 대통령 지지율에 더 영향 미친다는 게 정설
지표상의 숫자가 왜 국민의 삶으로 전달되지 않는 지를 냉철히 따져봐야
경제성장률과 수출, 실질 국민소득 등 거시 경제지표가 고공행진을 하는 데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경제 성과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이 침체 상태에 빠질 경우 지지율이 급락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와 체감경제와의 간극이 클 뿐 아니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에 치우쳐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정책의 방향을 분배와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재명 정부의 현재까지의 경제 실적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서도 두드러집니다. 경제성률만 해도 윤석열 정부는 물론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보다도 높습니다. 1~2년차 경제성장률이 이들 정부에서는 1~3%에 그쳤지만 이재명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4%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간 수출액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처음으로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수치만 보면 선진국 그룹에 진입한 데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 대통령 지지율도 치솟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입니다.
외형적인 경제 실적과 대통령 지지율이 동반하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는 통계가 두 가지 있습니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경제·민생'이 이 대통령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사유로 각각 두번째에 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을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들도, 못한다고 생각하는 쪽도 그 근거를 경제에서 찾았습니다. 잘한다는 응답층은 거시 경제 실적을 높게 평가한 반면, 그렇지 않은 응답층은 겉으로 드러난 성과보다는 체감경제에 방점을 둔 셈입니다.
또다른 조사는 지난달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 결과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47%)가 긍정 평가(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 여론은 지난 3월 58%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가 이번 조사에서 최초로 뒤집혔습니다. 거시 경제지표는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진 반면, 체감지표는 악화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6월의 지방선거 전후로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성장 지표보다 체감 지표가 대통령의 지지율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건 국내외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2019년에 나온 '한국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변수' 논문(배형석·양성국)은 김영삼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지율과 주가, 성장률, 실업률 등 다양한 경제지표와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결과는 물가상승률과 금리가 가장 유의미한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금리 상승은 가처분소득을 줄여 다른 경제지표보다 빨리 경제적인 고통을 체감하게 합니다. 고물가와 가처분소득, 금융이자 등 국민의 삶과 관련된 체감 지표가 지지율에 보다 영향을 준다는 얘깁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성장이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성장의 내용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부 소비가 성장을 뒷받침한 면도 있는 데다, 반도체 업종 하나가 성장의 절반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장의 과실이 퍼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산업과 기업은 호황이고, 그 기업이 낸 세금으로 나라 곳간은 찼는데 전체 가계와 여타 업종에서는 냉기가 감도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낙수효과를 일으킬 돈의 흐름이 막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거시 지표 개선을 강조하더라도 서민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나 주거 부담이 가벼워지지 않으면 지지율은 쉽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왜 국민이 경제 성과를 알아주지 않느냐고 탄식할 게 아니라, 지표상의 숫자가 왜 국민의 삶으로 전달되지 않는 지를 냉철히 따져보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겉만 화려해 보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난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2일 시정연설에서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을 강조했습니다. 향후 국정기조의 무게를 양극화 극복에 두겠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져야 지지율도 반등할 수 있습니다.

거시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불평등, 양극화는 더 악화됐다는 조사가 잇따릅니다. 이정애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자처한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된 뒤로, 그들이 '부자정당'이라고 칭했던 국민의힘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합니다. 민주당의 왼쪽을 자처하며 '사회권 선진국'을 제시한 조국혁신당도 '합당을 앞두고 주도권 다툼하는 세력'으로 보일뿐이라고 합니다.👉 칼럼 보기
[이승윤의 노동과 삶] 대통령의 이주민 발언이 우리에게 되묻는 것
이재명 대통령의 외국인 노동자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이주배경 청년을 배제하고 구별 짓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말에 은근히 맞장구치는 사회 구성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고 묻습니다. 우리의 청넌과 이웃을 말할 때 그 안에 다른 문화와 다른 피부색을 지닌 누군가를 얼마나 품고 있는지 떠올려보자고 권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