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트럼프' 이번엔 없다, 왜?
트럼프 대통령 당선된 두 번의 선거에서 등장한 '샤이 트럼프'
트럼프 뽑는 대선과 상하원 의원 선출하는 중간선거는 달라
트럼프 지지 연합 축소와 여론조사 방식 대폭 개선 등도 근거
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인 가운데, 이번에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관심이 쏠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두 차례 대선에서 각종 여론조사가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놓쳤던 상황이 중간선거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의원들을 뽑는 중간선거는 트럼프를 직접 선출하는 대선과 다른 데다, 그간 트럼프를 지지했던 지지연합이 무너졌다는 점, 주요 여론조사에서 과거의 실패를 상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 등이 '샤이 트럼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샤이 트럼프' 가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여론조사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얻는 이유를 찾으면서 등장했습니다. 이후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유리하다는 다수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달리 경합주를 모두 석권해 결국 1.6% 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승리하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에서는 10% 이상 차이가 났지만 실제로는 4.4%에 그쳐 '샤이 트럼프'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등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현 상황을 과거 대선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는 보도가 잇따릅니다.
우선 중간선거는 트럼프가 아니라 상하원을 뽑는 투표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1기 중간선거였던 2018년 당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42%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실제로 44.9%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여론조사가 예측한 판세를 뒤집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대한 과대평가 경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지지가 곧바로 공화당 지지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현재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트럼프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이들이 적지 않은 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표를 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샤이 트럼프'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또다른 이유는 트럼프의 기존 지지층이 흔들리는 조짐이 역력해서입니다.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60%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해 공화당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는 거의 절반이 지지할 정도로 히스패닉계 유권자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입니다. 이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린 이유는 이란 전쟁과 고물가, 관세정책 등에 대한 실망으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입니다. 반드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낮출 거라는 관측입니다.
주요 언론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조사 방식을 개선한 것도 과거와 다른 점입니다. '미국여론조사협회'가 대선 예측 실패 사례를 심층 분석한 결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백인 남성의 비중을 과소책정하는 등 표본추출과 조사방법이 잘못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론조사 기관은 유권자 의중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가중치 부여 등 여론조사 방식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지지율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상쇄하는 조치도 포함됐다는 게 이들 기관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샤이 트럼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나는 숫자를 지어낸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 진짜 여론조사는 선거 당일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하원 선거 모두 민주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에 우세할 것이라는 최신 여론조사를 일축하면서 핵심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것입니다. 공화당에서도 정권 심판론에 힘입어 민주당이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까지 위협하는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막판 보수층 결집이 이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압도적인 자금력과 보수 강세 지역이 많은 상원 선거 지형 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눈여겨 볼 것은 이례적인 사전투표 열기입니다. 주요 경합주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을뿐 아니라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민주당 유권자만 아니라 무당층의 투표 참여 증가세가 공화당 등록 유권자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의 높은 사전투표율이 민주당의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 기류는 뚜렷이 감지니다. 그동안 민주당을 옥죄던 '샤이 트럼프' 가설이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사라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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