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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TK·호남의 두 풍경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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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TK(대구·경북)와 호남의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호남은 행정통합특별법 시행과 반도체 공장 유치 기대로 부풀어 있는 반면, 대구가 '보수의 심장'임을 재확인시킨 TK에서는 지역발전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실망감이 팽배합니다. 특히 대구에서는 정부 지원이 절대적인 행정통합과 신공항, 공공이전이 줄줄이 무산될 거라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선거 결과로 나타난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의 중요성과 유권자의 효능감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가장 든든한 지원 세력임을 보여준 호남은 첨단 산업 유치 가시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 발전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가 새로 짓는 반도체 생산 공장 부지로 광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차는 최근 전북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첨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대기업들의 잇단 호남 지역 투자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요청이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 투자를 늘리는데 호남에 좀 더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첨단 산업 기지 호남 유치는 지역균형 발전의 계기기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무엇보다 막대한 세수 증가는 지자체의 주요 현안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경기 남부 지자체들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초과세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에 올해 출범한 전남광주특별시에는 4년간 20조원의 재정이 지원되고, 통합특별법에 따라 '국가 주도의 첨단전략 산업 추진시 통합특별시 우선 배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 같은 사안은 지방선거 결과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더라도 정부여당과 지역적 정체성 사이의 효능감과 연대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대구 지역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추경호 당선인은 TK행정통합과 TK신공항 국가사업 전환, 2차 공공기관 유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들 사업은 하나같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데, 협조가 원만히 진행되겠느냐는 이유에서입니다. TK행정통합의 경우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다음 지방선거까지 통합이 어렵다"고 했고, 공기업 지방이전도 "법률상 행정통합을 한 곳이 우선"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여당 일꾼'을 약속하며 출마한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낙선으로 예고된 것입니다. 김 후보는 공약으로 2028년 총선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 행정통합을 완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 다음 지방선거보다 2년 빨리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총사업비 15조원이 드는 대구시 최대 사업인 신공항건설도 당과 협의를 이미 마쳤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대구의 숙원 사업 실현에 요구되는 중앙정부와 국회 설득, 예산 확보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호소했지만 대구시민들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TK의 미래가 달린 핵심 현안 추진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공공기관 이전과 행정통합, 신공항 건설이 서로 연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구·경북이 또다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경제계에서 나옵니다. 언론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영남권 핵심 현안에는 소극적인 것 아니냐"며 지역사회의 불만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당선자들을 상대로 문제를 해결할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이 쏟아지지만 이를 관철할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간 지방선거가 총선과 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당한 건 누가 당선되든 지역에 큰 변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유권자가 행사하는 표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이후 나타난 TK와 호남에서의 변화를 통해 이런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이벤트로 정치적 이유로 지방자치가 왜곡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도 예외 없이 지역의 의제와 아젠다가 중심이기보다는 중앙정치의 요인이 많이 작용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한 표'가 주는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건 정치권의 몫입니다.

[한겨레프리즘] 장동혁이 붙잡은 '썩은 동아줄'

투표 용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유진 한겨레신문 오픈데스크팀장은 이번 사태가 조직적 부정선거를 뜻하는 게 아닌 건 '누가' '왜'의 벽을 넘지 못해서라고 지적합니다. 만약 부정선거를 했다면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이유와 목적에서였는지가 과거 수많은 선거 소송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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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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