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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능하거나 의지 없거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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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김병기, 방시혁, 쿠팡 등 주요 사건 수사 감감

정치권 눈치 보고, 수사력과 전문성 부족 비판

'검찰개혁' 이후 경찰에 대한 불신 해소 시급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통제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경찰의 유력 인사 수사 지연 논란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쿠팡 등 시민 관심이 집중된 수사들이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어서입니다. 경찰이 정치권 눈치를 보거나 여론을 살피면서 수사 속도가 늦춰진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선 검찰개혁 이후 국가 수사 역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에 대한 불신 해소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무소속 김병기 의원 사건입니다. 경찰은 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을 때 불거진 '공천헌금'과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차남 특혜 채용 등 13가지 의혹에 대해 수사중인데, 현재 11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경찰은 여론이 빗발치는데도 제기된 의혹이 여러 건이라 법리 검토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입니다. 수사를 책임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7일에도 "아직 때가 된 것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때문에 경찰이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여권 실력자로 꼽힌 김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경찰의 늑장·부실 수사 지적은 수사 초기부터 쏟아졌습니다. 김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는 원내대표 사퇴 2주가 지나 비로소 시작됐고, 첫 경찰 출석은 수사 착수 두 달이 돼서야 이뤄졌습니다. 압수수색에서 핵심 증거물로 지목된 '금고'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피의자에게 수사 대응 시간을 줌으로써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하고 수사 동력을 상실한 '봐주기 수사'의 전형적 행태입니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신병 처리를 결정하려 해도 증거 부족과 법리 미흡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경제인 수사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는 1년 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1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회장에 대해서도 10개월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수사 착수 6개월만에 이뤄져 눈총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올랐다 낙마한 이혜훈씨가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부정청약 받은 사건은 서울청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중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 지연은 경찰 수사력과 전문성에 의문이 드는 사례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쿠팡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째 답보 상태입니다.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뒤 쿠팡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며 대규모 전담 태스크포스까지 꾸렸습니다. 경찰은 해럴드 로저스 임시대표를 올해 초 두 차례 조사한 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 직원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쿠팡 사태가 한미 갈등으로 부각되자 이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수사 초기 큰소리 친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권력형 비리 등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방식입니다. 경찰이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 대신 주요 사건을 맡고 있지만 수사 방식은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 문법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치·경제 권력을 향한 수사는 신속한 압수수색을 통한 물증 확보와 관련자들에 대한 저인망식 조사가 필수적인데, 경찰 수사는 기약없이 늘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고소·고발인 조사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거나, 핵심 피의자를 장기간 되풀이해서 수차례 부른 뒤에야 결론 내는 방식은 주변인 진술, 물증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맞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대다수 국민은 검찰개혁에 동의하면서도 앞으로 수사 비중이 커질 경찰의 수사 역량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의 사건 암장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경찰의 범죄 대응 능력, 특히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제대로 할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를 불식하려면 경찰은 지금보다 수사 능력을 키워야 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결연한 자세도 필요합니다. 주요 사건에서 국민적 기대수준과 속도감에 미치지 못한 수사가 반복된다면 경찰에 대한 회의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 답할 차례입니다.  

[경향의 눈]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대통령 '연임 개헌' 발언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안홍욱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6선 의원인 조 의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권력 핵심부의 속내를 드러냈거나 여론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란 해석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대통령이 적절한 기회에 '연임 불가'를 직접, 분명하게 밝히는 것만이 개헌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 칼럼 보기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선동열에서 홍명보까지...스포츠는 왜 정치의 소모품이 되는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등 축구협회 운영 난맥상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30일 열립니다.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는 스포츠의 기본 토양을 다지는 일에는 무관심하다가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가 열리고 문제가 생기면 기다렸다 듯이 스포츠를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을 비판합니다. 스포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청문회가 열리는 하루짜리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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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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