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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쓸 생각 없는 검찰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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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검찰청 해체, 수사·소추권 남용해온 검찰의 자업자득

형소법 통과 후 검찰 내부 일말의 반성의 목소리 없어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안착 협조하는 게 검찰 할 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검찰청 해체와 수사권 폐지가 확정된 가운데, 검찰이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와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72년 동안 유지돼온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한 것은 민주정부가 아니라 그간 편파적인 수사와 기소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를 흔들어 온 검찰이 자초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도 검찰 수사 기소 분리와 수사권 폐지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도 이를 보여줍니다. 이제 검찰이 할 일은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빠른 시일안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요구입니다.

형소법 통과 후 검찰에서 나온 유일한 반응은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 사의 표명입니다. 그의 사의 표명은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은 데 대한 책임 표명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으로서 수사권 폐지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의 표출로 해석됩니다. 이전에도 정치권의 검찰개혁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사직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주요 국면마다 뒤따르던 검사장 회의나 대검 지휘부 집단 사퇴 등의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내부망에도 형소법 개정에 관한 글이 사실상 전무하고, 평검사들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입니다.

검찰의 침묵을 놓고 무력감과 자포자기 상태라는 해석도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 일말의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무한히 누려온 수사·소추재량권이 사라진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부인하려는 심리 상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검찰 일각에선 정권이 보수정권으로 교체되면 수사권이 다시 회복될 있다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느 경우든 검찰의 무소불위의 재량권 폭주가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과 정치탄압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습니다.

검찰 조직은 여태껏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제대로 된 반성과 자성을 해본 적이 없는 집단입니다. 윤석열 내란이 실패한 뒤에도 '검찰정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없었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풀어주고서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건희, 윤석열이 부패로 폭주할 때도 검찰은 눈감았습니다. 이는 검찰 신뢰에 돌이킬 수 없는 치욕스런 몰락을 가져왔습니다. 그때 검찰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왔다면 지금의 사정은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이 일부 '정치검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검사의 심각한 일탈이 드러나도 검찰 내부에서 질타는 없고 되레 두둔하는 목소리만 도드라졌습니다. 검찰권력에 취해 검사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경시가 조직 전체의 문화로 굳어졌다는 방증입니다. 검사들 대다수가 '수사기관'이라는 정체성에 너무 깊숙이 빠져 법률 전문가들로 공정한 법 집행을 관리하는 검사의 본래 정체성은 잠식돼버린지 오래입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검사들에게 공익수호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게 해주는 가장 적합한 제도입니다. 수사의 감시자이자 객관적 공소관의 임무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지 점검·보완·시정기능이 아닙니다.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 내용을 점검해서 시정할 내용이 있다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수사관 및 수사기관 변경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왜곡됐던 검사라는 직업의 명예를 되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되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엄청난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검찰 스스로 상실한 신뢰 때문입니다. 검찰이 권력자의 편이 되지 않고 국민 편에 서려면 아프더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직시해야 마땅합니다. 검찰은 비판과 개혁에 회피하거나 맞서지 말고, 먼저 변해야 합니다. 검찰이 정말 피해자들의 아픔과 정의실현에 진심이라면, 다른 수사기관과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이 정착하도록 노력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자성과 겸허 속에서만 검찰의 미래가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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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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