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이전 의혹, 미궁에 빠졌다
국방부 옛 청사 복귀로 용산 대통령실 이전 파동 일단락
용산 이전· 복귀에 수천억 국고 손실됐지만 진상 규명 안돼
종합특검, 용산 이전 과정 의혹 규명하고 구상권 청구해야
청와대에 이은 국방부의 옛 건물 복귀로 용산 이전 사태가 매듭지어졌지만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실 이전 의혹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종합특검의 수사는 한남동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집중돼 있을 뿐 대통령실과 관저가 왜 용산으로 옮겨졌는지에 대한 의혹 규명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용산 이전과 복귀 과정에 소요된 수천억원의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 추궁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 졸속 이전 의혹 진상규명과 국고 손실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시민사회 등에서 여전히 제기됩니다.
윤석열 당시 청사를 대통령실에 내줬던 국방부는 현재 청사 이전 작업을 진행중인데, 이달 중순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그간 인근 합참청사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4년 만에 다시 독립 청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 예산은 205억원이 투입됐는데, 앞서 국방부를 합참으로 옮기는 과정에 소요된 예산(349억 원)까지 합하면 약 554억원의 나랏돈이 쓰인 셈입니다. 국방부는 최근 보수 공사를 하면서 윤석열이 설치했던 대통령 집무실 내 '편백사우나실'도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방부 복귀뿐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 이전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832억원)에 청와대 복귀 예산(259억원)까지 더해 공식적으로 추산된 예산만도 1300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경호부대 이전, 청사·공관 연쇄 이동, 시설 정비 등이 제외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소요 예산은 수천억원에 이를 거라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 모든 예산이 윤석열이 무리하게 용산 이전을 강행하지 않았으면 지출되지 않았을 비용입니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국고 손실이 일어났는데 의혹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돌이켜보면 용산 이전은 제대로 된 논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습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때는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공약했다가 당선 후 돌연 용산으로의 이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국방부와 합참 등 군사시설 연쇄 이전이 가져올 안보와 보안상의 취약점 등 많은 논란이 제기됐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습니다. 관저 이전도 오락가락해 대통령이 취임 후 상당 기간을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졸속이 졸속을 낳는 기이한 상황이 거듭됐습니다.
용산 이전 과정이 비상식적이고 황당했던 터라 윤석열 재임 때부터 온갖 소문이 돌았습니다. 윤석열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 개입설, '비선 실세'로 밝혀진 건진법사 관련설도 제기됐습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대선 직후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청와대에 가면 죽는다"고 경고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관저 이전 과정에 실제 풍수지리 전문가가 영향을 미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법사와 역술가, 풍수전문가, 정치브로커 등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로 용산 이전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국가 중대사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흑막에 싸여있는데 진상 규명 시도는 없습니다. 윤석열 집권 초 시민단체가 용산 이전 의혹에 대해 감사 청구를 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묵살했습니다. 윤석열 탄핵 후 출범한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도 관련 수사는 한남동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국한했을 뿐 집무실 이전 졸속 결정 의혹은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은 종합특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예산을 불법전용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봐주기 감사'를 한 유병호 감사위원 등을 구속했지만, 집무실 이전 과정 의혹 수사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종합특검은 1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 TF 팀장'을 맡았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조사했지만 관저 이전 공사 의혹만 추궁했을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경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제라도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근간에 해당하는데 이를 둘러싼 의혹을 방치하는 건 '국민주권정부'로서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무속에 근거해 사적인 관계에서 이전이 결정됐다면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도 수사는 필요합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낭비된 국고를 환수할 수 있는 방법도 진상을 밝힌 후라야 가능해집니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고 사적 이유로 세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해당 비용을 추징하고 환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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