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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 무법천지', 기이한 경찰 대응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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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불법이 난무한 가운데,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이 13일째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해 피해가 속출하는데,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뒤늦게 시위대 불법행위를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사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편에선 무법천지 상황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 강제 해산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경찰이 '잠실 집회'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현행 법 위반 여부 판단과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찰은 현 상황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른 집회 및 시위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정 단체나 개인이 시위를 주도한 것이 아닌 데다 경기장 일대는 개방된 공간이라 강제해산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참정권 보장'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경찰이 개입할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적극적인 대응을 꺼리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집회 자체는 허용될 수 있지만 주요 출입구를 장시간 점거하거나, 경찰의 적법한 명령에 불응하거나, 도로 통행을 과도하게 방해했다면 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시각입니다. 이런 상황이 시정되지 않고 장기간 진행된다면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해산이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시위대가 핸드볼경기장 출입자에 대한 무단 검문과 수색 등 공공시설을 강제로 점거하는 있는 것도 집시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타인 관리 건조물에서 무단 점거로 질서유지 불가 상황이 발생하면 적법한 해산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로 형성돼 있습니다.

설령 개표소 봉쇄 시위가 집시법상 시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위법적 행위에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16일 시위 참가자 다수의 동의를 받아 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가려 했다가 1명의 저지로 진입에 실패한 게 단적인 사례입니다. 시위자 1명이 두 시간 넘게 문을 붙잡고 방해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현장에는 경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업무방해 혐의여서 현행범 체포가 가능했지만 경찰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팔짱만 끼고 있었습니다. 이후 시위대는 경기장 출입문을 청테이프와 노끈 등으로 묶어 완전히 봉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데는 봉쇄 초기부터 소극적 대응이 영향을 줬습니다. 언론사 기자 폭행, 경찰관 모욕, 여성핸드볼 주니어 대표팀 소지품 검사 등 불법 행위가 잇달아 벌어지며 핸드볼경기장 부근이 무법천지가 됐는데도 경찰은 상황 관리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행사를 요청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태껏 단 한 명의 불법행위자도 체포하거나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무기력한 대응에는 정부의 신중한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 여권에선 이번 시위의 주축이 2030세대라는 점을 의식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정선거론자들이 시위를 장악하면서 불법과 혐오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정작 개표소 봉쇄 시위의 주축이었던 20·30대 청년층은 극단화된 시위를 피해 다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도 시위가 점차 극우화하자 발길을 끊은 상태입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은 정당한 시민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호해야겠지만 타인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까지 방치해선 안되는 게 공권력의 역할입니다. 각종 불법행위가 난무한 핸드볼경기장 주변 시위는 이미 도를 넘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경찰이 시위대의 과격한 불법행위를 언제까지 두고볼 것인가 묻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저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용현 칼럼] 헌법이 총애한 선관위, 그 예정된 배반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한 선관위를 재설계하는 헌법 개정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박용현 한겨레신문 대기자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관리 제도의 철저한 개혁과 함께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으면서도 독립성이 부여되는 국가기관에 대해 어떻게 국민적 통제를 가하고 책임을 지울 것이냐는 중요한 헌법적 질문을 던졌다고 말합니다. 현행 헌법의 시대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쟁점을 알 수 없는 여권 내부 갈등

지방선거 후 벌어지는 여권 내부 갈등이 접입가경입니다. 정제혁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친이재명, 친정청래 계파 투쟁은 선거에서 실패한 정당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진단합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건 분명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부딪치는지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 자체가 집권세력이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얘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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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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