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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사면한 게 잘못이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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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6·3 지방선거 개입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애초 사면을 한 게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사면 당시 국민적 비판이 거셌는데도 명분으로 든 것이 '국민 통합'과 '화합'이었는데, 두 전직 대통령이 격전지를 찾아다니며 보수 결집을 촉구하고 있어서입니다. 남은 인생을 자신의 죄과를 반성하고 자숙과 봉사로 채워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사면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민사회에선 '내란범 윤석열' 사면 금지를 비롯한 대통령 사면권 행사 제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명박, 박근혜는 대통령 권력을 사익을 위해 악용한 중범죄자입니다. 이명박의 범죄 사실 중 하나는 1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박근혜는 국민들이 부여한 권한을 아무 자격 없는 최순실에게 건네 국정을 파탄낸 장본인입니다. 이런 혐의를 인정해 보수적인 법원에서도 이명박에게 징역 17년, 박근혜에게는 징역 2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각각 2년7개월과 4년8개월만 수형생활을 한 뒤 풀려났습니다. 전체 형기의 20%도 채 살지 않은 셈입니다.

이명박을 사면한 것은 윤석열 정부였고, 박근혜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받았습니다. 이명박을 신년 특별사면으로 풀어준 윤석열은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과 문재인 정부의 성격은 천양지차이지만 똑같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뇌물 받아 자기 배 불린 대통령과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사사롭게 남용한 대통령의 죄를 면해주는 게 누구와 누구의 통합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면을 하려면 무엇보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필수적인데, 두 사람에게선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박근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옥중에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보수 결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사면을 받기 전부터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박근혜의 등판은 이미 예고돼있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사면만큼은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온 게 그간의 행태였습니다. 그 어떤 정권도 사면권 행사를 자제하거나 공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국민 대화합' '경제 살리기' 등 그럴싸한 명분으로 대통령의 측근이나 정권창출의 공신을 쓸쩍 집어넣고, 야당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적당히 끼워넣어 물타기를 해왔습니다. 사면권이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권력자들의 특권으로 여겨지다보니 사면받은 당사자들은 반성과 자숙은커녕 고개를 들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상황입니다. 이명박·박근혜가 최근 전국 곳곳을 순회하다시피 하며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당당히 표명하는 것도 그런 일환입니다.

정권에 따라 사면이 남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꾸준히 사면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제19대~21대 국회에서 총 32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사면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면권은 대통령의 신성불가침 권한이 아니라는 게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시각입니다. 헌법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돼있는데, 이는 법률로써 사면의 원칙과 한계를 정할 수 있음을 명시한 거라는 해석입니다.

사면권의 축소, 제한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한국도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사면권 행사 자제를 공약하고 있습니다. 현 22대 국회에서는 26건의 사면권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대다수가 내란죄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가운데는 특별사면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도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함께 형기의 절반 등 일정기간 복역해야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미국의 경우 형기가 종료한 이들을 사면 대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사면권이 권력자들의 특권처럼 남용되는 사태는 막아야 합니다. 이명박·박근혜가 이번에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왜냐면] 항해자들은 왜 가자로 향했는가

가자지구로 향하다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귀국한 한국인 활동가들이 폭행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덩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각국으로 돌아온 활동가들은 일관되게 피해자이자 강제된 목격자로서 구타와 성폭행, 고문을 폭로했다고 말합니다. 한국 활동가들이 이재명 정부에 요구한 네타냐후 체포영장 집행 선언, 대이스라엘 전략 물자 수출 중단 등 9가지 행동을 이행하라고 촉구합니다. 👉 칼럼 보기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대한민국의 B형 간염, 다 나았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됐지만 윤석열 정권 3년의 폭주로 인한 상흔은 아직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그 오랜 기간 동안 계속 침몰하고 있었으며, 마지막 3년간 급격히 아래로 처박혔다고 진단합니다. 그 기간 우리가 놓치고 잃은 기회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찾아내고 또 활용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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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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