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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패배'할 줄 몰랐을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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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이른바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의 효력을 인정한 지난 23일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완패'입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한 장관은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패배했습니다. 한 장관과 여당은 5대 4의 근소한 차이를 들어 '불복'하는 모양새지만 선거와 재판은 단 한표 차라도 승자 독식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세등등하던 한 장관과 검찰 조직에도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장관은 우선 소송의 자격부터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애당초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지 논란이 컸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사 수사 권한 축소 법안의 위헌성을 따질 자격이 없다는 해석에 무게가 쏠렸습니다. 더구나 한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밝혀왔습니다. 그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야당으로부터 "검찰이 수사하도록 지휘권을 행사하라"는 요구를 받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말로 빠져나갔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해 9월 헌재 공개변론에선 정반대의 말을 했습니다. "수사권을 가진 검사를 지휘할 권한이 법무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한 개정안을 다툴 자격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법무부 장관은 직접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아 개정법과 관련성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법조계에선 한 장관이 당사자 적격을 인정받지 못할 것을 알았으면서 무리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전제돼 있다는 한 장관 주장도 이미 승부가 정해져 있었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시각입니다. 헌법상 영장 신청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수사권과는 무관하다는 헌재 판단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사권은 입법 정책 차원의 문제여서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면 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헌재의 기존 판례를 무시하고 수사권 축소가 부당하다는 소수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 성향이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헌재의 관련 결정은 2021년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입니다. 당시 결정문엔 "우리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입법자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어떠한 절차나 형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이는 앞서 헌재가 1997년 선고한 헌법소원 결정에 기초한 것으로, 헌재는 모두 4차례 검찰의 수사권은 입법적 권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검수완박 법안 발효 시 '거악척결'이 어렵다는 한 장관의 주장이 실제와 다른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1년 6개월 넘게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는 말 그대로 검찰의 수사 역량을 총동원한 먼지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윤석열 정부 들어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권 축소라는 말 자체가 무색한 상황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법률적으로 패소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 장관이 소송에 참여한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 장관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여서 검사와 법무부 장관 등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청구인들을 다 동원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법안 추진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정권 교체기로 검찰이 그를 뒷배로 검찰 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검찰은 일선 검사들에서부터 고검장, 검찰총장까지 일제히 반기를 들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 개혁에 누적된 불만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분출된 것"이란 얘기가 많았습니다. 한 장관은 이런 분위기에서 검찰의 총대를 맨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헌법과 국회를 존중해야 할 행정부의 일원임에도 입법부에 반발한 한 장관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재 결정에 위배되는 검수원복 시행령을 입법 취지에 맞도록 재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천광암 칼럼] "50조 원 피해 코인 사기" 권도형, 차라리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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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빼앗긴 언어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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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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