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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받들어총' 조형물, 안 된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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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서울 광화문광장에 12일 들어서는 '감사의 정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시대착오적인 조형물 등장의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감사의 정원은 6·25전쟁에 참전한 우방국을 기린다며 '받들어총' 모형의 석재 조형물과 지하전시 공간을 설치한 서울시 사업입니다. 서울시는 처음부터 전쟁기념물이 광화문광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더구나 6·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준공식이 열려 현 시장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추진 과정부터 석연치 않습니다. 감사의 정원 설치 계획이 발표된 건 지난해 2월인데 급조된 흔적이 역력합니다. 앞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다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여론 비판에 물러섰지만 계획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태극기 게양대 대신 광화문광장에 '형식'만 바꾼 국가상징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시민 의견수렴 결과 국가상징 공간 조성에 찬성 응답이 많았다고 했는데, 설문 과정이 허술해 짜맞춘 설문 조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서울시 계획은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국가상징 공간 조성이 감사의 정원으로 정해졌다며 일방적으로 기본계획과 설계공모를 진행했습니다. 사업이 졸속이라는 건 당초 22개 해외참전국으로부터 석재를 기증받아 조형물에 끼워넣으려 했으나 7개국만 석재를 넘겨줬을뿐 나머지 국가는 기증을 거부하거나 아직 제공하지 않은 데서도 드러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했고,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진상파악에 나서 공사중지 사전 명령을 내렸습니다. 감사의 정원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시설 변경과 고시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서였습니다. 서울시는 뒤늦게 부랴부랴 절차를 밟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절차적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감사의 정원 조성의 가장 큰 논란은 자유롭고 개방된 만남의 광장에 애국주의를 강요하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것입니다. 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상, 이순신 장군상 등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넘칩니다. 이런 마당에 군사적 형상의 구조물을 추가하겠다는 것은 광장의 존재 이유에 대한 보다 본질적 질문을 하게 합니다. 평소 시민들의 집회·휴식공간으로 쓰여온 광장 한켠에 들어선 이질적 구조물이 주변경관을 해칠 거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방선거 당선을 위한 오세훈 시장의 보수진영 상대 치적쌓기용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 계획이 발표된 것은 내란 사태 후 벌어진 윤석열 탄핵에 극우세력이 격렬히 반대하는 시점이었습니다.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에서도 나타났듯이 오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극우세력에 자신의 보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오 시장은 서울시 송현광장 부지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검토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선 감사의 정원이 준공되더라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감사의 정원을 없애든지, 전쟁기념관 등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치권에서도 감사의 정원 백지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시민에게 광화문광장을 돌려드릴 방안을 의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대 여론이 높을 경우 감사의 정원을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일각에선 감사의 정원 철거 여부와 별개로 사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감사의 정원에 투입된 총 사업비는 약 500억원 규모로 설계비 26억원, 세종로공원 종합정비 공사비 408억원, 상징공간 조성 공사비 88억원 등이 책정됐습니다. 이런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 시민 의견 수렴이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됐다면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합니다. 결국 감사의 정원의 존폐 여부와 절차 규명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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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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