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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헌법 위반 소지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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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됩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은 사적 이해충돌 여지가 있어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학계 일각에선 헌법을 위반한 권한 행사는 권한쟁의 대상이 되거나 또는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런 주장은 윤 대통령이 조만간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지난달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때 불거졌습니다. 헌법 53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거부권 행사 요건이나 한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헌법적 의의가 있으므로 국회 입법 절차나 내용이 위헌적 요소가 있을 때 행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법률안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바라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회의 권한을 뛰어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대통령의 거부권은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되거나(실제적 위반이든 절차적 위반이든),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집행이 불가능할 때,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등이 요건에 해당된다는 견해입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헌법상 거부권 부여 취지에 반하고 자칫 위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대통령이 정책적 판단으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실질적으로 입법부인 국회의 권한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입법의 방향을 결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헌법에 거부권 행사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와 그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인 거부권을 국가가 아니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구체적인 법 위반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가능성입니다. 이 법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로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경우 처벌토록 하는 법인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회가 적법한 절차와 방법을 거쳐 통과시킨 법률안을 정당한 사유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권한남용에 해당돼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입니다. 야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해 여러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은 가족문제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지 권한쟁의심판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이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일 발표된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은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부적절' 의견이 '적절' 의견보다 많았습니다.(한국갤럽∙엠브레인퍼블릭) 이런 상황에서 국회를 통해 모인 국민적 합의를 사실상 대통령 마음대로 무력화하는 건 '행정독재'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안에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으로 전해집니다.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여당의원들의 동조 등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신속한 처리를 여당에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헌법이 부여한 예외적 권한인 재의요구권을 윤 대통령이 오직 배우자 한 명만을 위해 남용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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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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