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제2부속실 설치론 못 막는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 대응책으로 제2부속실 설치 의향을 밝혔지만 리스크를 막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느냐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제2부속실의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자칫 김 여사 활동의 반경만 넓혀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배우자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특감) 임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2부속실 설치 효과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제2부속실 악용의 대표적인 사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배우자가 없어 당연히 제2부속실은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 당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명분으로 제2부속실을 존치시켰습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제2부속실은 최씨가 막후에서 국정에 개입하는 통로로 이용됐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제2부속실이 최씨의 전담 조직으로 기능한 사실이 생생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도 제2부속실 권력을 악용한 사례로 거론됩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제2부속실 설치 주장은 김 여사에게 공적인 기능과 책임을 부여해 리스크를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제2부속실 같은 제도적 장치가 대통령 부인을 견제하는 효과를 낳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자신의 영역과 남편의 영역을 제대로 분간하지 않는 영부인이 출현하면 제2부속실이 오히려 날개를 달아주는 역기능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 여사의 그간 행태를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로 보이지 않습니다. 김 여사는 당초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광폭 행보'로 잦은 잡음을 일으켰습니다.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자리에 친구를 데려가고, 윤 대통령 해외순방 때 개인적 친분이 있던 민간인을 동행시켜 논란이 일었습니다. 리투아니아 순방지에서의 명품 쇼핑 논란에 이어 최근엔 명품백 수수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개 식용 근절 문제부터 납북자 문제까지 정책분야에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제2부속실이 김 여사의 권력을 더 강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2부속실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서는 특감 임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감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급 이상 등을 상시 감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 신설됐지만 현재는 공석 상태입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석수 특감이 '최순실 게이트' 내사에 나서자 해임했고, 이는 탄핵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 뒤로 특감은 정권으로부터 기피 대상이 돼왔습니다.
특감은 대통령 소속으로 돼있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갖도록 특별감찰관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수십 명에 달하는 감찰 요원이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고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위를 감시하는 권한이 부여된 셈입니다. 특감이 있었다면 윤 대통령 처가가 의심받는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대통령 처남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진작에 해소됐을 공산이 큽니다. 여기에 제2부속실이 생기면 상시적인 감시∙감독을 진행해 김 여사의 비위나 월권 행위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특감 임명 요구에 대해 "여야 합의로 추천해서 보내온다면 우리는 지명할 수밖에 없다"며 종전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특감을 추천토록 하면 되는데 그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김건희 리스크'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는 건 윤 대통령의 의도적인 직무유기입니다. '김건희 특검법'도 거부한 상태에서 특별감찰관 없는 제2부속실 설치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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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윤석열 정부의 압박으로 3연임 도전을 포기했습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는 정부가 그동안 노골적인 퇴진 압박을 가했지만 최 회장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임기를 완주하는 뚝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합니다. 포스코 CEO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정권의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