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기후부 장관에 유감 있다
'메가특구' 노동권 후퇴 추진에 설명 없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
'탈원전주의자' 에서 원전 건설로 변신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
노동부와 기후환경부, 부처 이름에 걸맞는 본연의 역할 해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노동·환경 분야에서 잇달아 규제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노동부는 ‘메가특구’에 주 52시간 근로제 제외 등 각종 노동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고, 기후부는 원전과 댐 건설 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적 퇴행을 주도하는 이들이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민주노총 출신의 김영훈 장관과 '탈원전주의자'였던 김성환 장관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반발과 거부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노동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특구에 추진중인 '주52시간 예외' '기간제 4년 허용'은 그동안 경영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표적인 반노동 정책입니다. 노동계는 이런 조치가 장시간 노동을 부추겨 노동자의 기본권과 건강권을 해칠 뿐 아니라 고용안정을 후퇴시킨다며 강력 반대해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를 추진하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던 사안입니다. 문제는 노동계가 절대 물러날 수 없는 노동시간·비정규직 규제 완화에 노동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부는 지난달 말 메가특구에서의 노동 규제 완화 방안을 국회 상임위 여당 의원들에게 보고했지만 그에 앞서 노동계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습니다. 전체 근로자의 노동 조건과 직결된 사안을 공청회나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보수정부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장면입니다. 노동 규제 유연화 방안은 경영계의 요구를 반영한 산업통상부의 주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부가 반대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부 내에서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메가특구 성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노동부도 편승해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는데도 김 장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철도노동자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 장관은 임명 당시부터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새정부의 역할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 등 적잖은 성과도 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메가특구법 제정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해 AI 전환 시대에 노동자 권리와 사회적 대화 등을 역설했던 것과도 다릅니다.
'환경론자'인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변신은 더 우려스럽습니다. 김 장관은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이 발표된 뒤 연일 해당 지역을 찾아 전력과 용수를 '제때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걱정 없이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원전을 더 짓고, 댐을 높이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용인·호남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려면 원전 신규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댐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탈원전을 외치다 감(減)원전으로 돌아서더니, 이젠 계획에 없던 호남 원전까지 말하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태도는 메가프로젝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기후부는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 온실가스를 조기에 많이 감축하는 방안은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전문가들과 기후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최대한 이른 시점에 최대한 많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기후부만 거꾸로 가는 양상입니다. 기후부의 지난 1년간의 행보를 보더라도 정책 발표의 상당수는 전력수급, 원전정책 등 에너지에 집중돼있고 정작 물, 환경 등 전통적인 환경업무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습니다.
두 장관의 변신은 부처 장관으로서 국정 과제 수행에 필요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신들이 평소 지향해왔던 정책 방향과 다른 이유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빠져있습니다. 부처 명칭을 '노동부'와 '기후부'로 정한 것은 각각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기후환경 보호에 역점을 두라는 취지입니다. 노동장관과 기후부 장관은 부처 이름에 걸맞은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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