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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윤리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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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일부 기자들이 대장동 사건의 '키맨' 김만배씨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언론계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한겨레신문사는 해당 기자를 해고하고 경영진 사퇴를 예고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놨고, 다른 언론사들도 기자 업무배제와 함께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언론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합당한 징계,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와 맞물려 언론계에 큰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확보한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기자들의 금품 수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장동 사건의 공범 남욱 변호사는 검찰에서 "김씨가 골프를 칠 때마다 기자들에게 100만 원씩 줬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김씨가 “대장동 사업을 위해 선후배 기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며 매년 명절 때마다 500만~7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챙겼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기자들로서는 당시 김씨가 법조를 출입하는 기자 신분이어서 경계심이 크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타사 동료라 해도 돈을 스스럼없이 받는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식사 한 두 번 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금이나 상품권을 나눠주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걸 기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실제 김씨가 돈을 건넨 의도가 대장동 사건이 불거졌을 때를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사실이 녹취록에서 확인됩니다. 김씨가 정영학씨에게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기자들이 김씨의 로비에 놀아난 셈입니다. 김씨의 의도가 얼마나 적중했는지는 언론사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밝혀지겠지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이번 사태가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들은 김씨와 억대의 돈 거래를 한 언론사들이 이 사안을 제대로 보도할 지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볼 것입니다.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들이 이들 뿐인지, 이런 유착 사례가 일상적인 게 아닌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지금 언론은 지나친 정파성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실추된 상황인데, 도덕성마저 믿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돌이켜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각 언론사에 노조가 설립되면서 언론계 자정운동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1991년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이 거액의 촌지를 거둬 해외여행을 간 사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면서 언론사 윤리강령 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크고작은 기자들의 금품수수 사건이 불거졌고, 가까이는 2021년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여러 기자들의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기자들의 금품수수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언론인으로서의 책무와 책임의식의 결여때문입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자 각자의 강한 윤리의식이 요구되는데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정과 비리를 캐는 취재 현장에서는 많은 유혹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자주 정신무장을 하지 않으면 초심이 쉽게 허물어질 수 있습니다. 언론사 내부의 교육시스템의 부재도 문제입니다. 모든 언론사가 윤리강령을 제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숙지하는 기자들은 드문 게 현실입니다. 각 언론사와 노조에서 기자들에게 수시로 윤리강령에 대해 교육하고 다짐을 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자단의 폐쇄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씨의 돈을 받은 기자들은 주로 법조기자단에서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법조기자들은 취재과정에서 검찰과의 일방적 갑을관계로 여러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자단의 폐쇄성이 로비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면서 불신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보다 열린 방식의 취재시스템 전환이 시급합니다. 기자들 간의 상호감시와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간 언론계는 다른 언론사의 문제를 가급적 다루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여겼습니다. 이런 동업자 의식이 언론계 자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게 사실입니다. 국민들은 언론계가 자성과 성찰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 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안호기 칼럼] 한국 집값은 더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집값 하락폭이 39주 만에 작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은 하지만 고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상승폭에 비하면 최근 하락폭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실패한다는 교훈을 줬던 이전 정부를 기억해야 한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아침햇발] 이상민 장관의 '법적 책임'

경찰 특수본 수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무혐의로 결론이 났습니다. "구체적 예방의무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박용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재난에 대처하는 공직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엄하게 규정한 재난관리법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대응에 소홀한 이 장관의 '법적 책임'은 무겁다고 말합니다. 일선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재난안전법은 빈 껍데기로 남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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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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