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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수석 '관제데모' 의혹, 왜 위험한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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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관제데모'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이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보도 직후 강 수석이 국민의힘 관계자와 통화해 MBC를 찾아가 시위를 벌일 것을 사실상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주도로 뒷돈을 대주고 관제데모를 지시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장면은 최근 윤 대통령의 우편향 기조와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의 득세, 전경련의 부활 등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웁니다.

시민언론 '더탐사'가 공개한 음성파일은 관제데모 지시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강 수석은 먼저 MBC를 '매국 언론'으로 지칭하면서 "MBC나 저런 놈들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부추깁니다. 강 수석은 국민의힘 관계자가 "MBC 앞에 가서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서 시위해야 한다"고 맞장구치자 "주변에 그렇게 좀 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도, MBC를 비난하며 시위를 유도하고 지시한 것도 강 수석이었습니다. 실제 해당 통화가 이뤄진 뒤MBC 앞에선 보수단체의 규탄집회가 수십 차례 열렸습니다.  

강 수석의 관제데모 지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보수단체가 노골적으로 활동 강화를 선언하고 나선 상황과 맞물려 우려를 낳습니다. 대표적인 보수성향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은 지난 3월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4년여 만에 삭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총선 동원, 탄핵 반대 집회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자 정관에 명문화했던 '사업을 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조항을 뺀 것입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금지된 단체가 내년 총선에서 여권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닌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24년 만에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해 "자유총연맹은 그 어느 때보다 사명과 책임이 가장 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총연맹에게 역할을 당부하는 의도가 읽힙니다. 정확한 액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지원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수단체의 관제데모는 박근혜 정부에서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통해 청와대가 관제데모를 지시하면 재벌이 돈을 대고 극우·보수단체가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세월호 진상조사 반대 집회, 국정교과서 찬성집회, 박근혜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등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동원됐습니다. 당시 특검 수사에선 4대재벌이 극우·보수단체에 70억 원 가량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최근의 전경련 부활은 이런 정경유착의 관행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습니다.

강 수석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중대범죄에 해당합니다. 음성파일 공개로 드러난 것 말고도 알려지지 않은 관제데모 요청은 훨씬 많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관제데모가 여론을 오도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권력이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의도에 맞도록 조작, 왜곡하면 여론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관제데모는 국민을 인위적으로 분열시킨다는 점에서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진영간 대결 구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사회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선에서 지원군이 될 만한 관변단체에는 보조금을 듬뿍 주면서 노동·시민단체는 '이권 카르텔'로 몰아붙이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로 이원화해 지원을 차별화했던 장면 그대로입니다. 정권이 바뀐 뒤 각종 리스트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전례를 여권은 상기해야 합니다.

[뉴스룸에서] 누가 자유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세력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를 경고했지만 정작 걱정되는 건 '우익전체주의'입니다. 한겨레신문 이세영 전국부장은 한국에서 전체주의 운동을 키워낼 토양은 좌파보다는 우파 쪽이 더 비옥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전체주의 운동의 가장 큰 조직 기반으로 활용될 위험성이 있는 조직은 자유총연맹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진중권 칼럼] 뉴라이트 운동권이 된 대통령

이명박 정권의 망령인 뉴라이트가 윤석열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는 앞으로 뉴라이트 사관에 사로잡힌 현 정부의 활동 방향을 알리는 예고편에 불과해 보입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이념'은 헌법을 벗어났다고 비판합니다. 대통령이 수호해야 할 최고의 법은 헌법인데 한 개인이 멋대로 고쳐 쓸 게 못 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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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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