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당 합당' 멍에 벗어날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통적인 '보수의 아성'인 부산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입니다. 부산 민심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치러진 10번의 부산시장 선거에서 2018년 오거돈 시장 한 차례를 빼놓고는 모두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손을 들어주는 등 보수 성향이 강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부산에선 이재명(40.14%)보다 김문수(51.39%)에게 더 많은 표를 줬습니다. 하지만 보수 우위로 고착화된 민심 지형은 이 대통령 집권 이후 높은 국정지지율을 바탕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같은 보수 텃밭이라도 부산이 대구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선거는 이념보다는 정책 경쟁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부산의 보수화'는 학계와 정치권에서 연구 과제로 삼을 만큼 특이한 현상입니다. 부산이 오랜 기간 민주진영의 본산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4·19 혁명에 불을 지폈을 뿐 아니라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1979년 부마항쟁의 중심지였습니다. 1987년 민중항쟁의 열기는 서울 못지않게 뜨거웠고, 성난 표심으로 전두환 정권을 사실상 끝장낸 곳도 부산이었습니다. 불의와 독재에 항거한 민주화 정신으로 한동안 '야도(野都)'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산이 보수로 변신한 것은 1990년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의 3당 합당이었습니다. 부산을 상징하는 정치인 김영삼이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수대연합을 주도하면서 부산의 정치적 성향도 급변했습니다. 3당 합당으로 인한 정치적 후유증은 컸습니다. PK(부산·경남)가 TK(대구·경북)에 합류함으로써 '영남 패권주의'가 득세했고, 영호남 지역 갈등 구도가 고착화됐습니다. 김영삼이 정치에 입문시킨 노무현은 당시 3당 합당은 야합이라며 합류를 거부했을뿐 아니라 대통령이 돼서도 "우리 정치를 통째로 기회주의 문화에 빠뜨렸다"고 질타했습니다.
부산의 보수 성향은 역대 대선 결과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에서 부산 득표율은 이회창 66.74%, 노무현 29.85%였고,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을 때는 박근혜 59.82%, 문재인 39.87%였습니다. 부산이 노무현과 문재인의 '정치적 고향'인데도 유권자들은 가혹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인 윤석열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맞붙은 20대 대선에선 윤석열이 0.73%포인트 차이로 가까스로 이겼지만, 부산에서는 윤석열 58.25%, 이재명 38.15%로 득표율이 20%포인트나 벌어졌습니다.
수십 년 동안 거의 일방적으로 보수 정당을 밀어줬지만 부산이 처한 현실은 암울합니다. 부산은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였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쇠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특히 청년 인구의 수도권 순유출이 급증해 '부산에는 노인과 바다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 5년간 부산을 떠난 법인 수도 1000개에 육박해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행정통합과 광역경제권 활성화 등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으면 부산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부산·영남의 보수화를 설명하는 관점으로 정치권에선 '까치밥 이론'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겨울철 까치를 위해 남겨둔 감처럼 보수세력이 선거에서 위기 상황이 오면 보수정당에 표를 몰아준다는 개념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여론조사가 많았지만 결과는 단 한 석밖에 얻지 못한 것을 설명하는 데도 유효한 이론입니다. 이런 관행으로 여권에서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와 북구갑 보궐선거에서도 까치밥 이론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지금 부산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선거를 부산의 쇠퇴를 멈추고 성장으로 되돌릴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보수냐, 진보냐를 따질 게 아니라 누가 부산을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다시 우뚝 서게 만들 수 있는지를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념을 앞세우기보다는 후보의 자질과 역량, 정책과 비전을 우선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게 부산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부산이 3당 합당의 '멍에'를 벗고 민주세력의 본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부산 시민에게 달렸습니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배분 논란이 노사를 넘어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거버넌스 리스크는 더 이상 '회사 고유 위험'이 아니라 한국 전체가 떠안은 '시장위험'이 됐다고 진단합니다. 이들 두 수출 거대기업의 강하고 다층적인 힘은 이제 투명한 규칙과 견제 장치 안으로 들어와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전국 프리즘] 우리 안의 나르시시즘
지방선거는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를 뽑는다는 점에서 총선과 차별화됩니다. 최예린 한겨레신문 전국팀 기자는 '이번 지선은 대통령 선거' 따위의 정치적 수사는, 평범한 이들의 판단력을 얕잡아보는 '전체주의적 나르시시즘'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지역민의 고통을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채우는 도구로 삼는 자가 누군지 똑바로 관찰하고, 내 삶을 바꾸는 한 표를 던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