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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왜 '반쪽짜리'인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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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아침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TV로 생중계 된 가운데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취임 2년차인데다 첫 신년사여서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날 신년사는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전의 대통령 신년사와는 의미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을 뿐 별로 새로운 게 없었다는 평입니다. 회견도 9분 여로 짧았던 데다 '경제와 3대 개혁'에 치우친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동계와 공존, 상생보다는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개혁 추진에 필수적인 야당과의 협치가 빠진 것은 실망스런 대목입니다.

신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노동 개혁입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을 맨 앞 순위에 놓고 상당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특히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밝힌 부분이 주목됐는데, 여기서의 기득권은 대형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해석은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차별화돼야 한다"는 발언에서도 뒷받침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조가 대표적인 기득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물론 노동계의 이중 구조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지만 최근의 윤 대통령의 노동계에 대한 인식은 지나치게 적대적입니다. 화물연대 파업 사태 강경 대응이 여론의 호응을 받자 안전운임제 폐기, 회계감사 의무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신년사에서 이른바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불법행위 엄단을 노동 개혁의 골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입니다. 올해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 구조가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를 11회, '수출'을 6회 언급했습니다. 그만큼 올해 세계 경제 침체와 한국 경제 불황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극심한 경기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복합의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적극적인 수출 진흥을 통해 경제 활로를 찾겠다는 것으로 대통령이 직접 수출 전략을 챙기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세운 수출 전략이라는 것이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옵니다.  

이날 신년사에선 정작 국민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제외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국정 조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7일로 종료되는 기간 연장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유가족들이 요청하는 대통령 면담과 사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퇴 문제 등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무인기 영공 침범 등 연일 한반도 긴장이 높아가고 있지만 대북 관계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의아합니다. 최근 북한 무인기 도발에 맞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라는 강한 메시지를 내면서도 신년사에선 설명이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신년사는 예고된 대로 대통령실 참모진만 배석한 채 열렸습니다. 출입기자들은 참석하지 못했고, 당연히 별도 질의응답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말하기만 진행된 셈입니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참석 없이 신년사 발표를 진행한 것에 대해 "대통령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없습니다. MBC 사태 이후 뚜렷해진 윤 대통령의 언론 기피 현상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통상 진행했던 신년 기자회견도 열지 않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대통령의 ‘일방향 소통’이 계속되는 모양새입니다. 언론을 빼놓은 대통령의 혼자 말하기를 진정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3대 개혁과 관련해 필자가 12월 30일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첨부합니다. 👉 칼럼 보기)

[아침햇발] 눈 떠보니 후진국 3...공정위의 가당찮은 '노조 때려잡기'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 파업이 끝났는데도 강제조사에 착수해 논란입니다. 대기업의 부당한 담합을 막는 게 주요 역할인 공정위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에 칼을 들이대는 건 처음이어서입니다. 한겨레신문 박현 논설위원은 필요할 때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양산해 놓고 이제는 사업자이니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겠다는 건 가당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

[뉴스룸에서] 피의사실 공표의 추억

검찰 출입 기자와 검사는 갑을 관계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검사가 흘려주는 정보가 아니면 기사를 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강철원 사회부장은 이런 비정상적 구조는 검사와 기자를 종종 운명공동체로 만들기도 한다고 자조합니다. 언론 속성 상 불가피하다고는 해도 올해는 수사 기사보다는 검찰 내부 문제와 비리를 파고드는 기사가 많았으면 한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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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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