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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급조된 '윤석열표 3대 개혁'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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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을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할 TV생중계 신년사 대부분도 여기에 할애할 계획이라고 한다. 취임 후 윤석열 정부의 아젠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터라 3대 개혁을  국정과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바짝 고삐를 죄는 3대 개혁이 임기 끝날 때 쯤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내년에 한껏 가속 페달을 밟을 3대 개혁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치밀한 구상 끝에 나온 게 아니라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 근거다. 윤 대통령이 3대 개혁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5월 국회 첫 시정연설이었다. 인수위가 내놓은 110대 국정과제에는 연금개혁만 들어있었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에서도 논의되지 않던 것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 출범 후 뒤늦게 중요성과 필요성이 인식된 사안이라면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대통령 시정연설에선 모호한 말만 나열했고, 그 후에는 정부 내에서도 잊혀진 일이 됐다. 오죽하면 그즈음 노동부 장관이 주52시간제 유연화를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금시초문이라며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6개월이나 지난 이달 중순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화물연대 파업이 막 종료된 시점이었다.

화물연대 강경 대응 여론 지지 얻자 '노조 때리기' 올인
연금개혁 정권 말 미루고, 교육개혁 입시∙사교육 없어
설득과 타협 없는 일방적인 개혁은 실패 교훈 배워야 

3대 개혁의 앞날을 어둡게 보는 또하나의 지점은 순수성이다. 화물연대에 대한 강경 대응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전면에 내세운 게 '노동개혁'이다. 노동계를 적폐세력으로 몰고 돈 씀씀이를 파헤치겠다며 '노동 때리기'에 나섰다. 노사관계를 화합과 공존의 장이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대통령 지지율 올리기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비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개혁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타협과 양보로만 결실을 이룰 수 있다.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역대 정부에서 한결같이 노사정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런 연유다. 이명박 정부 때 노동부 장관이었던 인사가 최근 '친윤모임' 강연에서  사회적 논의 절차가 미흡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성급하고 의뭉스럽다’고 비판한 것이 왜겠는가. 진정으로 노동개혁을 하려면 노사 등 각계 인사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극우인사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앉히고 대통령은 연일 노동계를 적대화 하는 상황에선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미래세대 삶이 달린 연금개혁도 진정성이 의심받기는 매한가지다.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연구와 공론화를 충분히 마무리해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엔 완성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권 말에나 개혁안을 확정한다는 것은 이번 정부에서는 안 하겠다는 말과 진배없다. 이러니 복지부에서도 "대통령실에서 연금개혁에 진정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사실 연금개혁의 방향과 계산은 대략적으로 이미 나와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행은 하지 않았지만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가 나온 이후 정부가 전국을 돌며 공청회를 수십 차례 열었다. 다시 공론화를 해도 부담은 높이고 혜택은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건 모두가 안다. 윤 대통령은 "인기 없고 욕먹어도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고 당차게 말했지만 실은 개혁의 시늉만 내려는 게 아닌가 싶다.

종잡을 수 없는 걸로 따지만 교육개혁은 정도가 더 심하다. 제시된 내용은 대학평가와 구조조정 등 대학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전부다. 교육 황폐화의 주범인 대입 제도와 사교육비 등 핵심 현안은 비켜나 있다. '3대 개혁'이라는 문패를 만들기 위해 교육개혁을 구색맞추기 식으로 끼어넣었다고밖에 생각 할 수 없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노동∙교육∙공공∙금융 등 4대 개혁을 제시해 힘 있게 추진했는데도 실패로 귀결됐다.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개혁 작업은 졸속인데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 윤 대통령은 개혁을 말하기에 앞서 포용과 협치의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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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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