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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수첩', 왜 중요한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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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팀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노상원 수첩'의 진실 규명에 특검의 명운이 걸렸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윤석열 1심 선고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이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내란의 배경과 진행 과정 등 전모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서입니다. 조은석 내란 특검도 윤석열 항소이유서에서 법원이 노상원 수첩을 인정하지 않은 건 중대한 오류라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지귀연 판사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선 17가지 수사 대상 중 노상원 수첩을 최우선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노상원 수첩은 12·3 비상계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메모가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액션 플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 판사는 수첩의 필체 등이 조악하고 보관이 허술했다는 점을 들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은 이런 수법은 정보분야 요원들이 핵심 정보를 은닉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글씨를 일부로 흘려 쓰고, 남들 눈에 띄는 곳에 둬 적발됐을 때 별 거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계엄 주동자들이 사람들이 자주 찾는 롯데리아를 회동 장소로 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 판사가 간과한 것은 이 수첩의 내용이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는 점입니다. 계엄 당일(디데이)만 해도 '여의도 진입' '매복·점령' '울타리 방호'라는 문구대로 실행이 됐고, 이른바 '수거팀 구성'과 '수거대상 명부' 작성 역시 이행됐습니다. 체포 명단은 김용현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거쳐 국정원과 경찰청장, 방첩사 체포조에 전달된 게 특검 수사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수첩에 기재된 '박안수' '여인형'이 2023년 10월쯤 장군 인사에서 육군총장과 방첩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계엄 발동 계획이 그 전에 수립됐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노상원 수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윤석열과의 관련성입니다. 노상원과 김용현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수첩에 담긴 정치 관련 사항들이 윤석열의 지시나 언급 없이 포함될 수 있느냐는 게 상식적 의심입니다. 수첩에는 '차기 대선에 대비한 모든 좌파 세력 붕괴' '국회·정치개혁' '헌법 개정' '선거구 조정' '선거권 박탈' 등 윤석열의 독재와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한 문구가 다수 적혀 있었습니다. 이른바 최상목 지시 문건의 '국회에 전입되는 예산 차단'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도 노상원 수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윤석열 연관성은 더욱 짙어집니다.

내란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듯 노상원은 계엄 발동 수개월 전부터 20여 차례 김용현 국방부 장관 공관을 찾았습니다. 한남동 공관촌에 있는 국방 장관 공관은 대통령 관저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 접근이 용이합니다. 이 과정에서 김용현의 주선으로 윤석열이 노상원을 만났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노상원이 '보안 손님'으로 방문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은 것도 윤석열과의 접촉 여지를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이 노상원에게 계엄 발동 이후의 정치적 상황 등 구체적인 사항을 지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상원 수첩은 특검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상원이 진술을 기피한데다 특검의 수사 기간이 제한돼 역부족이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는 재판에서도 수첩 내용을 묻자 "귀찮아서 답변 안하겠다"고 발언해 많은 국민의 분노를 샀습니다. 윤석열과 김용현, 노상원 등은 2차 특검에서도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한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창영 특검으로서는 이들의 입을 어떻게 열게 할 것인지에 사활이 달려있는 셈입니다. 그간 포착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를 찾는 것이 2차 특검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지귀연 재판부도 노상원이 내란의 중요임무 종사자라는 건 인정했습니다. 계엄 모의·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에 비춰보면 그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노상원 수첩에는 각계 인사 수백명을 체포해 처단하려 한 잔인하고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윤석열 장기 집권 구상 등 노상원 개인의 상상으로만 치부하기 힘든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2차 특검에선 수첩 내용의 작성 경위와 관여자, 준비와 실행 정도 등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내란의 종식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김민아 칼럼] '윤 어게인'보다 불평등이 더 무섭다

주가 급등으로 가계에 활기가 돌지만 고도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은 증시 활황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모습입니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AI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 비중이 큰 하위계층은 더 가난해지고, 노동소득도 많지만 자본소득이 더 많은 상위계층은 더 부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양극화 확대는 예측 가능한 미래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전쟁은 바라는 대로 끝날까

미국의 이란 침공이 국제사회에 일파만파의 충격파를 일으키는 상황입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는 이번 전쟁은 트럼프나 네타냐후가 희망하듯 분쟁의 신속한 종결보다는, 더 복잡한 미래의 전개를 알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이란의 국제 정치 변동과 서아시아 지역 전체로의 전쟁 확대, 미국이 보여주는 자의적인 강대국 침략 행위의 보편화 등 국제 질서의 뼈대마저 흔들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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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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