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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 몰빵외교', 진실의 순간 온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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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새해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두드러진 점은 '외교'의 실종이다. 그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던 외교 활동이 쑥 들어갔다. 매달 떠나던 해외순방 비판 여론을 의식해 올해는 아직 한 차례도 외국을 나가지 않았다. 엊그제는 다음주로 예정됐던 독일과 덴마크 방문을 연기했다. 아마 총선이 끝나면 국민의 눈이 무서워 재워뒀던 외국 방문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

윤 대통령의 외교활동 부재는 모든 국정의 중심을 총선에 쏟기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마다 민생토론회를 가장한 선심성 행보하랴, 여당 공천 진행 상황을 음으로 양으로 챙기랴 외교는 거들떠 볼 형편이 아니다. 이토록 선거에 올인한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총선 후 펼쳐질 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이 선거에 정신팔린 사이 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도래에 비상이 걸렸다. 그의 미국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트럼프의 언급으로 유럽 국가들이 패닉 상태가 됐다. 트럼프 1기 당시보다 더 강하고 노골적인 '동맹 경시 기조'가 몰아닥칠 게 분명해 보인다.

유럽보다 한국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한미 간 안보리스크는 커지고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적 타격도 심대할 수밖에 없다.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철수 위협 등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곧 출간될 책에서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군대를 두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전한 것을 보면 주한미군 철수는 단순히 돈을 더 받기 위한 술책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더구나 당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던 국면이어서 트럼프의 '협박'에도 큰 안보 공백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북한이 핵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돼 지렛대도 상실한 상태다. 우리로서는 내우외환의 위기다. 트럼프가 '애니씽 벗 바이든'을 외치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맺은 확장억지 공약을 뒤로 물리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전 세계가 긴장하는 트럼프 시대 도래
한국도 안보 불안과 경제 충격 불가피
윤 대통령은 오로지 총선 승리에 관심

게다가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과의 케미를 내세우며 북핵을 용인하고 제재를 완화하면 한국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그간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몰빵'해온 윤 대통령으로는 뒤통수를 맞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밀월관계를 생각하면 북중러와 대립각을 세워온 윤 대통령의 '가치외교'는 사상누각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안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정책기조는 '반세계화, 반중국, 반친환경'으로 요약된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으로서는 가뜩이나 허약한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 강화는 현재 한국 수출 비중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에 의존해온 우리에게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특히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어 국내기업들이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보조금 혜택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런 누란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는지 들리는 얘기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KBS 대담에서 "우리가 동맹을 더 강화하고 더 업그레이드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김성한 전 외교안보실장은 최근 한 언론에 "윤 대통령은 센 사람과도 1대1로 붙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장기가 뛰어나 한 달 내로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나 얼마 전까지 국가 안보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안이한 발상이 놀라울뿐이다.

애초 윤 대통령이 미일 일변도 외교에 올인하지 않았으면 안보불안이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아무런 가치와 철학, 전략없이 뺄셈외교를 해온 결과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한껏 공을 들였던 일본 기시다 총리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관성적인 미일 편향 외교의 문제점, 위험 분산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 공간 확보, 북한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대화 모색을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윤석열 몰빵외교'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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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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