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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대통령 '연임 위기' 탈출법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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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풍파를 일으킨 조정식 국회의장의 '연임 개헌' 발언이 실수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여럿이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을 때 조 의장은 미리 쓰여진 답변을 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통상 국회의장 같은 비중이 높은 인사들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선 관례적으로 예상 질문과 답변이 정해진다. 개헌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진작부터 논란이 됐던 이재명 대통령 연임 개헌 질문이 나오리라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조 의장이 '국민 선택' 운운한 것은 실언이 아니라 의도된 언급이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조 의장 말대로 개헌의 골든타임은 선거가 없는 내년이다. 국회의장으로서 최우선 과제가 개헌이라고 밝힌 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을 수 있다. 개헌안은 지난 4월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합의로 발의된 바 있다. 정말 개헌이 시급하다면 이 안을 기초로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슬쩍 이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를 끼어넣었다. 6선에 대통령 정무특보까지 지낸 그가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모를 정도로 정무적 감각이 없을까. 여론 반응을 보기 위해 나름대로 정교하게 고안된 애드벌룬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조 의장 발언이 단순히 개인적 생각이냐는 것이다. 이미 그렇지 않다는 단서를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이 퍼트려놨다. 이 대통령의 책사로 통하는 이한주 청와대 정책특보는 지난해 9월 현직 대통령의 연임 적용 여부를 두고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고,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 조원철 법제처장도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공개석상에서 "5년이 짧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와 정부의 법률 참모,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까지. 이를 우연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궁금증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다. 조 의장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청와대 참모들은 일제히 이 대통령의 뜻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이 연임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대선 전 후보 신분일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연임 불가 의사가 확고하다면 왜 주변 인사들이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잦은 '연임' 발언 의구심
청와대 해명에도 이 대통령의 진의에 궁금즘
'연임 불가'에 더해 '공소취소'도 직접 선그여야

이 대통령이 자신의 연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지난해 대선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유일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재임중 대통령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헌법에 쓰여있다...(그러나) 과거의 국민이 현재 국민의 의사를 제약한다는 이론적인 이견이 있고, 제 입장은 당연히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다만) 개헌 당시 대통령이 개헌으로 추가 혜택을 받는 것을 국민이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실장이 얘기한 이 대통령의 언급과 비슷하지만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다. 강 실장 전언이 연임 불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이 대통령의 직접 발언은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대통령 연임 논란은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게 됐다. 청와대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여권 핵심부의 기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에선 기회만 있으면 '기승전 연임'이라고 꼬투리 잡을 게 명확하다. 한번 이런 프레임이 형성되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힘이 실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지율 하락과 민심 이반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단순히 버티거나 저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공격으로 난국을 돌파했다.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할 시기다. 이 대통령에게 현재 닥친 위기는 정부의 성과나 능력에 관한 게 아니라 이재명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것들이다. 연임 개헌에 대한 의구심이 쏠려 있고, 공소취소 논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당론에도 없던 법원의 공소기각 확대 조항이 느닷없이 포함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 대통령이 이 두 가지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대통령을 연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국민 앞에서 못을 박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공소취소도 대통령이 나서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초 치솟았던 건 오직 성과와 능력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믿어서였다. 이 대통령이 사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경제와 안보 등 국가적 과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정권재창출은 그 결과가 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 당연한 이치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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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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