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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당이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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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오찬 회동에서 정작 주목한 건 메뉴다. 청와대가 회동에 앞서 이례적으로 공개한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비빔밥은 통상 대통령이 상대 당 대표와 만날 때 단골로 등장한다. 경직된 관계를 해소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내기 위한 장치로 활용돼왔다. 두 대통령의 오찬에는 비빔밥 뿐 아니라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여러 요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이 패였는지가 메뉴만 봐도 드러난다.

어디 메뉴뿐이겠는가. 청와대는 회동이 끝난 뒤 "멸칭으로 상처 입히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에 나도는 멸칭에 전현직 대통령 모두 불편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느닷없이 방송인 김어준, 정청래 전 대표, 유시민 작가 등과 엮여 곤욕을 치르니 말이다.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시작된 지지층 간 분열은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치며 한층 격화됐다. 친이재명을 자처하는 쪽에서 멸칭을 퍼뜨려 친문재인 정서를 지닌 지지층을 자극하자, 친문 진영도 거칠게 맞받아쳤다. 'ABC론'에 이어 이른바 '재건축론'을 들고 나온 유 작가는 '용역'과 '촉법' 등의 용어까지 동원하며 상대를 공격했다. 이런 발언이 친이재명 지지층의 반감을 키우면서 분열과 반목을 넘어 '정서적 내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이다.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지만 노선이나 정책 차이는 거의 없다. 정 전 대표가 호기롭게 내걸었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김민석 전 총리의 맞장구로 이슈에서 소멸됐다. 지지층 갈등의 단초가 된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도 속을 들여다보면 대척점이 형성되지 않는다. 정 전 대표는 범민주진영 통합을 강조했고, 김 전 총리도 "통합과 연대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오래 전부터 조국 대표에게 그냥 빨리 민주당에서 같이 정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해왔다"고도 말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멱살잡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죽 싸울 게 없으면 궁중 암투나 다름 없는 '적통 논쟁'에 '파묘'까지 하는가 싶다. '노사모'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다투더니 급기야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참석 논란까지 나왔다. 20년도 넘게 지난 문제를 놓고 이토록 아둥바둥할 일인가. 그렇게 족보를 따지다 보면 이승만 정권과 싸운 신익회 민주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건 아닐지 모를 일이다.

친문·친명 갈등 봉합한 전현직 대통령 '비빔밥' 회동
정책, 노선은 다르지 않은데 '적통 논쟁'에 '파묘'까지
민주당 전당대회, 사회경제적 의제 둘러싼 경쟁해야

당권 주자들이 미래는 제쳐두고 과거로만 치닫는 건 비전과 정책 생산 역량이 부족해서다. 민주당에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미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였다. 진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그림을 제시하는 건데, 떠오르는 기억이 별로 없다. 국민은 누가 현실적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보고 있는데, 누가 선이고 악이냐를 따지는 도덕성과 가치에만 집착해왔다. '교조주의'와 '순혈주의'에 사로잡힌 지금의 모습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도 해도 패배에 익숙한 정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것은 박근혜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에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분열을 계속해온 정당에 표를 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박근혜와 윤석열 탄핵이 없었어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지지층이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가 아니라 보수 진영의 눈에 띄는 변화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 진영은 한동훈과 오세훈이라는 차기 대선 주자를 만들어냈다. 오 시장은 정부도 선뜻 손을 못 대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에 과감하게 뛰어들었고, 한 의원은 친윤 세력을 설득하며 보수 재건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집권당인 민주당은 오로지 기득권 사수를 위한 권력 싸움에 갇혀 있다.

현재 민주당은 보수 유력 주자들에 맞설 변변한 인물조차 없다.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선 죄다 보수 성향 인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입이 닳도록 호명하는 노무현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줄기차게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통합을 외친 끝에 대통령에 올랐다. 세종시 행정도시 건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미래 비전과 정책이 있는 정치인은 화려한 후광이 없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당 대표가 될 사람이라면 지금 국민이 바라는 사회경제적 의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지지층도 어느 편에 휩쓸릴 게 아니라 노무현 같은 후보를 찾아내고 대선 주자로 키워야 한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내후년 총선은 물론 2030년 대선도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민주당과 지지층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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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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