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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동맹'에 또 굴복하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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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세제개편 대폭 후퇴, 보수 언론과 야당 세금폭탄론에 무너져

총선에서 불리한 구도 우려한 민주당 가세로 동력 상실

이재명 정부도 '부동산 버티면 정부 물러선다'는 선례 남겨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추진했던 세제 개편안이 대폭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이재명 정부도 '종부세 동맹'에 굴복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고가 주택 보유자와 보수 정당, 보수 언론으로 형성된 '종부세 카르텔'의 파상 공세에 무방비 상태로 있다 패배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부정적 총선 전망에 놀란 정부와 여당이 발을 뺀 것도 세제 개편의 동력을 떨어뜨린 요인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부동산은 버티면 정부가 물러난다'는 또하나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나옵니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며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발표 3주만에 대대적인 손질이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 방침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종부세와 양도세 전반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세 부담 차이를 두겠다는 당초의 정책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은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 돼야한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던 당국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 어젠다가 뿌리 채 흔들리는 모양새입니다.

당정의 노선 선회는 보수 진영의 오랜 단골 메뉴인 '세금 폭탄론'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수 언론과 보수 야권은 증세 프레임을 꺼내 들었습니다.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세 부담은 늘리지만, 실거주자에겐 종부세와 양도세 헤택을 주는 차등화 정책이 골간인데 마치 1가구 주택 대부분이 세금이 늘어나는 것처럼 왜곡했습니다. 실제 세제 개편으로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대상은 상위 0.4%의 초고가 주택에 불과합니다. 그들에게 부과되는 금액을 따져봐도 세금 폭탄이라는 말은 가당치 않습니다.

문제는 '세금 폭탄론'이 서민들에게도 먹혀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체 주택의 2%에 불과한데도 보수 언론에서 종부세로 인해 서민들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을 것 같은 논조의 기사들을 쏟아내는 게 현실입니다. 이로 인해 종부세 대상자도 아닌 무주택자 서민들이 초고가, 다주택자 등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를 걱정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세금폭탄 논란이 경제논리보다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정치논리와 기득권 지키기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건 '종부세 동맹'에 장단을 맞추는 민주당의 태도입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용두사미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데는 민주당의 일사불란한 수정 요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개편안 발표 때는 "조세 정상화의 노력"이라며 정부안을 두둔하더니 여론이 불리하게 나타나자 입장을 180도 바꿨습니다. 정책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기보다는 내후년 총선 등 당장의 선거를 의식해 태세 전환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 정당'으로 거듭나려 한다"는 시민사회의 질타가 쏟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 등 보유세 정상화를 추진하자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됐던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도 '조세 정상화' 차원에서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에서 이듬해 대선 득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에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세해 종부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고가주택 보유자 상당수가 종부세를 감면받도록 했습니다. 당시에도 민주당이 보수 야당과 언론의 ‘세금폭탄론’이 무서워 보유세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빗발쳤습니다.

이 대통령은 올 초부터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000,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고,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랬던 세제 개편안이 후퇴하면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실추될 뿐 아니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시장 신뢰를 잃으면 부동산 가격도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큽니다. 뻔히 예상됐던 '종부세 동맹'의 세금폭탄과 징벌적 과세 프레임을 깨지 못한 후과는 고스란히 이재명 정부가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레카] 유시민의 '집권연합'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집권 연합을 깼다"고 한 말이 파장을 낳습니다. 이세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입주민들은 '증축'을 원했을 뿐인데, 위탁관리인에 불과한 이가 멀쩡한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으려 한다는 '재건축론'의 연장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경쟁 정당의 '나락행'에 기대야 성공을 바라보는 '집권 연합'이라면 재건축이 불가피하다는 말에도 귀기울여야 한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경찰이 지워버린 실종자의 골든타임

실종됐다 숨진채 발견된 장미란씨의 비극은 경찰의 성인 실종 사건 대응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명희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경찰이 성인 실종자를 찾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줄곧 문제가 돼왔지만 개선되지 않은 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잊는 망각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오늘의 분노를 제도 개선의 동력으로 삼지 않으면 이 땅에서 어이없는 일이 계속 일어나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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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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