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는 왜 진술을 거부할까
대법관 재제청 거부 궁색하자 증인 출석 거부 택한듯
최근 불거진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 피하려는 의도도
"국감서 입장 밝히겠다"던 입장과 배치된다는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회 진술 거부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사에 관해 민감한 사항이나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을 공개하기가 적절치 않아서"라고 했지만 앞서 "국감에서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보다는 증인으로 나올 경우 허위 진술에 따른 위증 처벌 가능성을 우려해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청와대와의 협의 과정을 진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말이 나올 수 있어서입니다.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업무추진비 사용 허위 작성 등에 대한 추궁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 거부는 대법관 재제청 사태에 대한 답변이 궁색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후 두 차례에 걸쳐 언론 발표문을 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거부 사유는 아리송합니다. 이런 논란은 대법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최근 국회 진술 후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노 처장은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기존 제청을 반려한 것인지, 제청을 유지한 채 대법원장에게 철회를 요구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입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이런 공식 입장은 전형적인 궤변이라고 평가합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가 반려가 아니면 재제청을 할 이유가 없고 설혹 반려 의사가 맞다고 해도 법적 근거가 부족해 수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교묘한 언술로 논점을 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청와대가 "손 후보자에 대해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도 터무니 없습니다.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할 뚜렷한 사유를 찾지 못하자 억지 논리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대법관 재제청 거부는 조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게 대법원 안팎의 분석입니다. 법원행정처에서 재제청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보고했는데,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를 직접 선택했고, 언론발표문도 실무자에게 작성하게 한 뒤 최종검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 처장이 국회에서 대법관 재제청 문제에 관한 조 대법원장의 정확한 의사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결국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것은 조 대법원장인 만큼, 구체적인 설명을 할 책임도 그에게 있는 셈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소명해야 할 것은 이 뿐이 아닙니다. 사태의 발단인 노태악 대법관 퇴임 후 7개월 동안의 미제청 사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조 대법원장은 초유의 대법관 서면 제청 이유로 청와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럴 거면 왜 더 일찍 제청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에 부닥쳤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자신의 권한에 속한다고 인식했다면 대법관 공석 상태를 장기간 방치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청와대와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밝힐 책임이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사상 전례없는 '대통령 패싱' 제청 사태를 일으키고도 아직 국민 앞에서 이렇다 할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터무니 없는 이유를 대며 국회에서 진술하지 않겠다고 다른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조 대법원장 말대로 헌법 기관 간의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중대 사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장이 국감장에 나와 대신 답변한다면 조 대법원장 스스로 정당성을 훼손하는 꼴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그동안 헌법과 국민의 주권이 침탈될 때 한번도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12·3 내란 이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헌정 질서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조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법원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집단 폭력 행위인 서부지법 폭도 난입 사태 때도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습니다. 사법부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는데, 조 대법원장은 국민이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이번에도 국민의 의구심에 답할 의무를 끝내 팽개친다면 그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SNS 글을 활발히 올리면서 갑론을박이 무성합니다. 성햔용 한겨레신문 기자는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 수단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글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반박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의 에스엔에스는 시스템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야 마땅하다면서 지금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정치적 동지들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정동칼럼] '기록이 없다'는 국민주권정부
중요한 국가의사 결정과 관련해서 기록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최근 몇 가지 국정 현안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큰 논란이 됐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3대 메가프로젝트도 청와대 등으로부터 '생산한 문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기록물 관리실태의 전면적 점검과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