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지금은 때가 아닌 5가지 이유
여론 공감대 부족, 헌재 탄핵 인용 불투명, 조희대 몸값 올려줄 가능성
조 대법원장 직무정지시 재제청 중단돼 대법관 공석 책임 뒤집어쓸수도
탄핵 처리 실기한 만큼 사법의 민주적 통제 위한 제도적 개혁 집중할때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논의가 범여권을 중심으로 본격화한 가운데, 탄핵 추진 신중론이 진보 진영에서도 만만치 않게 제기됩니다. 대법관 공석 사태를 장기간 방치한 것만으로도 탄핵할 명분은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실질적인 이익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여권의 낮은 지지율과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에 대한 부정적 전망, 조 대법원장 몸값 올려주기 등이 거론되는 부정적 이유입니다. 지지층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을 처리하려면 진작에 했어야 하는데 실기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조 대법원장 거취에 매몰되지 말고 사법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입법적·제도적 개혁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 발의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여론의 역풍입니다. 탄핵은 주요 공직자 업무 수행에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을 때 책임을 묻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당장의 법적 책임보다는 정치적·도의적 책임과 관련된 국민 다수의 의견이 탄핵 추진의 절대적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경우 탄핵에 이를 만큼 국민의 감정이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 국면에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집권세력의 사법부 수장 탄핵은 목적 달성보다는 권력의 사법부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관 공석의 책임이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즉시 대법원장 직무가 정지됩니다. 이럴 경우 대법관 재제청 중단 사태의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해집니다. 대법원장이 공석이니 재제청을 하려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 발의의 주된 사유가 재제청 거부에 따른 대법관 공석 사태 방치인데, 이제 여권이 공동책임의 당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거꾸로 여권이 뒤집어쓰는 아이러니가 연출됩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 초라는 점도 실익을 의심스럽게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범여권이 탄핵안을 발의할 경우 국회 동의 절차와 헌재 심리와 판결까지 감안하면 빨라도 내년 3~4월은 돼야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헌재에서 탄핵 인용이 결정이 나오더라도 그 효과는 수개월에 그칩니다. 이전의 사례를 보더라도 퇴임을 앞둔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판결 등 주요 결정을 미루거나 최소한의 행정 업무 처리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 목적이 조 대법원장의 권한을 중단시키는 거라면 탄핵 인용으로 얻는 이익이 기대보다 적은 게 현실입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재의 판단도 불투명합니다. 헌법 제65조는 공직자 탄핵소추 사유로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때'라고 돼있을뿐, 구체적 기준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헌재는 그동안 노무현·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법률 위반의 '중대성'을 기준으로 탄핵 여부를 심판해왔습니다. 단순한 위반정도로는 충분치 않고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의 중대한 법률과 헌법의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비춰 3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에게 탄핵에 필요한 중대성 조건이 얼마나 충족됐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게다가 모두가 법관인 헌재재판관들이 대법원장에게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도 회의적입니다.
헌재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탄핵 소추만으로도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비중이 치솟을 거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부결되면 민주당이 정치적 탄압을 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고, 설혹 탄핵이 인정되더라도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서사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입니다. 가뜩이나 조 대법원장의 최근 언행이 정치적 행보라는 추측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런 과정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계 진출의 디딤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윤석열이 그랬듯이, 보수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대권 주자가 추가되는 것이 여권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합니다.
대법원장 탄핵 소추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여서 탄핵안이 발의되는 순간 정국은 극심한 대치 상태로 치달을 게 명확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정책과 국가 현안이 모조리 뒷전으로 밀리며 '탄핵 블랙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큽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실익이 없는 대법원장 탄핵보다는 사법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등 사법개혁을 심화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법원행정처 폐지는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사회가 강력히 요구해온 개혁 과제입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법원장'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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