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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떠들더니 이번엔 '독자 핵무장론'인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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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분 걸림 -

보수진영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북∙러 밀착을 계기로 핵무장론을 디시 꺼내 들었습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입장을 표명하고 보수언론도 앞장서 핵무장론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전술핵 도입을 주장했을 때와 똑같은 장면입니다. 전문가들은 여론에 편승해 현실성 없는 강경론으로 치닫는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는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안보 문제를 정치에 끌어드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간 보수정권 하에서 독자 핵무장론은 일정한 공식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위협이 높아지면 보수언론이 먼저 핵무장론을 꺼내고 보수정부와 여당이 뒤따르는 패턴이 일반화됐습니다. 이번에도 <조선일보>가 핵무장론 논의를 촉구하는 사설을 싣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와 잠룡들이 일제히 핵무장론을 띄웠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라며 가장 먼저 핵무장론을 띄웠고,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조했습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언제든 필요하면 핵무장의 잠재적 역량을 갖추는 데까지는 가자"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여권 인사들이 핵무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한 셈입니다.

이런 모습은 2022년 상황과 흡사합니다. 당시 북한이 ICBM '화성-17형'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리자 보수진영에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등 강경론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미국의 반대가 표면화되자 유야무야됐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미국에 실질적 핵 공유를 요청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모호한 입장을 보였지만 백악관이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자 꼬리를 내렸습니다. 당시에도 정부와 여당이 비현실적 강경론으로만 치달으며 출구 모색은 전혀 하지 않는데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번 논쟁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수진영의 핵무장론이 치밀한 고민과 전략 끝에 나온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소환되기 때문입니다. 핵 무장이나 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나 보수진영의 의지나 독자적 능력만으로 실행할 수 없거나, 어마어마한 후과를 각오해야 하는 일입니다. 당연이 이런 옵션에 대한 검토는 물밑에서 정밀하게 이뤄지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여당 전당대회에서 보수지지층을 겨냥한 정치 공방으로 소모되는 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퇴행적 행태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실제 핵무장을 통한 억지력 강화는 말만 그럴듯한 공허한 구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우리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나 핵개발을 공론화하는 순간, 남북은 물론 동북아 전체가 핵 경쟁 도미노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진영에선 차기 유력 미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주목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핵무장에 호의적이라기보다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대폭 확대를 위한 노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무너뜨리면서까지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도 나옵니다. 한국의 핵을 용인해주면, 일본, 타이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안보위협을 겪고있는 많은 나라들이 모두 NPT 탈퇴를 요구할 것이고, 이른바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설혹 한국이 임의로 핵개발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국제적 제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원자력발전으로 핵연료 수입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전력생산량의 30%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이로인한 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금융, 무역에서의 제재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지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한국의 핵무장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이 재처리와 관련한 연구·개발 기술을 일정 정도 축적했지만 아직 상용화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플루토늄을 확보해 핵무기를 만들려면 핵탄두 연구·개발 및 제조 시설이 필수적인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우라늄 농축 방식을 택한다해도 국제사회가 우라늄 금수에 나설 게 명확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핵개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핵탄두를 운송수단과 결합시키는 건 또다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여당 주요 인사들이 정략적 목적으로 인기영합성 정책을 내놓고 감정적 대응을 하는 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안보 위기가 고조될수록 현실적이고 세심한 안보 정책을 마련하는 게 올바른 태도입니다. 지금은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차분하면서도 치밀한 안보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위험천만한 핵무장론을 당장 중단하는 게 마땅합니다.

[태평로] 푸틴 취임식 참석하고 뒤통수 맞는 외교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 조약 체결은 한국의 대러외교 실패를 의미합니다.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은 당초 대통령실은 군사 동맹 부활까진 가지 않을 거라는 낙관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뒤늦게 우크라 살상 무기 지원을 언급하며 부산을 떨었다고 비판합니다. '오판'으로 시작해 '현실부정'을 거쳐 '뒷북대응'으로 막을 내린 한편의 촌극이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오늘과 내일] 반부패 청럼 기관 권익위의 일탈

국민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종결 파장이 가시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우경임 논설위원은 이번 결정은 그간 청탁금지법 주무 기관으로 접대문화를 바꾸는 등 역할을 다해온 권익위에 먹칠을 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질타합니다. 정작 법을 만든 권익위가 합법적인 청탁 통로를 온 나라에 공표했으니 이런 자기부정이 없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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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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