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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자꾸 전쟁을 일으킬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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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전세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의 잇단 군사력 과시의 배경으로 군산복합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기습 공격은 중간선거를 앞둔 지지율 상승 효과를 노린 계산일 가능성이 크지만 전쟁을 벌이는데 주저하지 않는 미국의 일관된 정치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정치와 군수사업, 과학기술이 한데 얽힌 군산복합체가 국가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종하는 시스템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서 AI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른바 '빅5' 방산업체가 장악한 기존 세력과 실리콘밸리가 중심인 신흥 기술기업 간의 주도권 쟁탈이 전쟁을 가속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는 취임 전과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선거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국가안보 체제에서 전쟁광들을 몰아내고 절실히 요구된 군산복합체 청산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종식하고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에 두겠습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 그랬던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1년여 만에 소말리아, 이란, 예멘, 시리아, 이라크,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7개 국가를 공습했습니다. 트럼프는 그때마다 안보와 미국 보호라는 명분을 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잦은 전쟁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027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현행보다 50% 이상 늘린 1조 5000억 달러(약 2170조원)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 요청으로, 세계 2위부터 10위까지의 국방비 지출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입니다. 트럼프는 늘어난 국방비로 "안전과 안보를 보장해줄 '꿈의 군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국방부의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당시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부를 국방부로 바꿨고, 그 뒤로 주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며 명칭 변경 이유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이런 군비 확충과 군사력 과시는 군산복합체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군과 산업, 돈과 권력이 얽힌 군산복합체가 미 행정부와 의회, 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트럼프의 '힘에 의한 평화'의 본질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근 발간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에 따르면 국방부 계약업체들은 2024년 정치권 로비에 1억 4800만달러를 썼고, 945명 이상의 로비스트를 고용했습니다. 그들이 고용한 로비스트 대다수는 의회나 행정부 출신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국방장관 5명 중 4명이 군수업체 이사로 재직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발 전쟁의 그림자가 군산복합체 주도권 경쟁으로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빅5 방산 업체와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으로 대변되는 신흥 세력 간 전쟁 산업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서입니다. 록히드 마틴, RTX,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빅5 기업들은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차, 전투기 등 현재 고가 무기 체계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팔란티어, 안두릴, 스페이스 X와 같은 신흥 기술 기업들은 무인 항공기, 첨단 통신 시스템, 드론 방어시스템 등 다양한 군사 분야에서 새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신구 세력 간 무기 경쟁이 로비전으로 이어지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AI 무기화'를 둘러싼 미국 정부와 앤스로픽의 갈등은 상징적입니다. 엔스로픽의 챗봇 클로드는 첩보보고, 작전계획서를 이해하고 요약 비교하는 능력이 뛰어나 미 국방부 기밀작전에 사용되는 유일한 AI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작전 때도 팔란티어와 함께 활용됐고, 최근 이란 공습에도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엔스로픽이 클로드를 모든 용도에 제한 없이 활용하게 해달라는 국방부 요청을 AI 기술이 인간의 개입 없는 완전 자율살상무기 체계에 활용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트럼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모든 연방정부기관에 클로드 사용을 당분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엔스로픽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의 군사복합체 체제가 온존하는 한 전세계 어디든 전쟁의 먹구름은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 전쟁에선 AI 기술이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되면서 새로운 고민 거리로 등장했습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와도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들 빅테크가 천문학적 규모의 미국 국방예산과 무기판매를 통해 이익을 좇을 경우 전쟁에 동원되는 무기와 양상도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의 충동으로 시작된 이란 공격을 계기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실체와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됩니다.

[아침햇발] 보복당한 서울의 '검은 연기'...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의 이란 공격이 주한미군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길윤형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이런 가운데 최근 주한미군 전투기의 중국 방공식별구역 근처 훈련은 미군의 전략적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합니다. 머잖아 한국에 순환 배치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여단 등을 괌이나 미국 본토로 빼고,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제한된 역할만 수행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공감] 내가 주식 천재인가 싶을 때

코스피 지수가 이란 사태로 폭락했지만 상승 흐름이 꺾이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가 상승기에는 환경의 영향을 축소 판단하는 심리가 일반적이어서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 대한 과잉 확산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타고난 주식 천재는 없으며 전체 흐름을 운 좋게 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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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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