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면 여론조사 탓, 또 도졌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자 여론조사를 탓하고 나섰습니다.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설문 등 여론조사 방식을 문제삼는 종전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올들어 윤 대통령 지지율과 주요 정책 찬성 비율이 낮게 나오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해묵은 여론조사 불신론에 "데이터를 외면하는 쪽은 늘 선거에서 졌다"고 강조합니다.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무턱대고 불만부터 표출하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입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일일브리핑을 맡고 있는 박구연 국무총리실 1차장은 지난 1일 "여론조사 문항을 좀더 객관적으로 구성해서 국민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오염수 방류로 해양·수산물 오염이 걱정된다'는 응답이 75%로 나타난 데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 국회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여론조사 방식에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정부 측의 불만을 종합하면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찬반만을 묻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한 총리는 가령 '후쿠시마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과학적인 기준하에서 처리해 방류한 경우에, 예를 들면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그런 질문이야말로 편향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부에선 '팩트를 정확히 제시하고 응답자가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팩트라는 게 진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한국갤럽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설문 문항은 '오염수 방류로 우리 해양·수산물이 오염될까봐 걱정된다~ 걱정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방류 위험성은 과장되지 않았다~과장됐다' '후쿠시마 방류로 인해 수산물 먹기가 꺼려진다~꺼려지지 않는다' 등의 문항을 각각 4점 척도(매우 긍정, 긍정, 부정, 매우 부정)로 표기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 찬반을 묻는 2점 척도보다 정교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입니다.
여론조사에 대한 정부의 민감한 반응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월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여권은 일제히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론조사가 과학적이고 공정하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여론조사는 참고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들도 있다"면서 질문 구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온 것을 들어 조사 기관에 항의까지 했습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여당은 여론조사 규제 강화 방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응답률 5% 미만 조사 공표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과잉 규제 우려 견해로 계류된 상태입니다. 당시 이 법안에 김기현 대표 등 친윤 다수가 참여해 "사실상 윤심(尹心) 입법"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기관 난립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방안 마련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아전인수적 태도는 무책임·무능 이미지만 부각시킬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권의 여론조사 불신론은 집토끼마저 떠나는 조짐을 보이는 현실을 반영한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데이터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깁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의 핵심은 육사의 뿌리가 어디에 있느냐는데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군의 정통성이 독립군과 광복군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은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이라며 육사에서 쫓아내는 것은 육사의 뿌리를 만주군관학교로 두자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박래군의 인권과 삶] 오송 참사와 '단 두 평의 분향소'
오송 참사 49재가 열린 지난 1일 충북도와 청주시는 기다렸다듯이 분향소를 철거했습니다. 49재가 끝났으니 철거가 당연하다는 태도였습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는 이런 행정력을 참사 당일 보였다면 최소한 인명피해는 막았지 않겠냐고 탄식합니다. 단 두 평의 분향소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완강한 권력의 모습에서 절망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