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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고민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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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출석을 통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습니다. 지난 9월 '고 김문기 ∙백현동 허위발언' 혐의로 기소당했지만 이번엔 뇌물 관련 혐의라는 점에서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대장동∙백현동 개발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의 금품수수와 관련한 검찰 소환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첩첩산중입니다. 검찰 출석 여부와 기소 후 재판 과정, 당내 분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을 내려야 할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검찰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28일은 출석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소환 통보 이후 지도부와 의원들을 대상으로 출석 여부를 논의했으나 당일 이 대표의 광주 방문 일정이 잡혀있어 출석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리낄 게 없으니 당당히 출석하자는 입장과 '망신주기 수사'에  순순히 응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고 합니다. 비명(비이재명)계뿐만 아니라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이 대표의 입장을 존중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정면 돌파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이 변호사인 만큼 검찰의 제3자 뇌물죄 적용의 논리적 부당성을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에게 당당하게 밝히겠다는 겁니다. 당초 지난해 8월 경찰이 무혐의 처리했던 것을 검찰이 지난 2월 재수사에 나선 것 자체가 정치 수사임을 증명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도 검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져 공격 당할 여지를 준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굳이 검찰 조사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 대표 측은 서면 조사나 비공개 조사 등으로 소환 통보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검찰과 물밑에서 일정과 형식 등을 조율 중인데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기소 방침은 서 있기 때문에 굳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사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여러 수사 중 대장동 비리 의혹이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과 정진상에서 벽에 부닥쳐 좀처럼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수사가 마무리 단계인 성남FC를 먼저 처리하는 방향으로 순서가 조정됐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실 검찰의 정치인 수사에서 관할에 따라 소환과 기소를 반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통상 한 사람에 대한 수사가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있을 경우 서울중앙지검에서 통합 수사하는 게 관례였습니다.하지만 이번엔 서울중앙지검(대장동) 수원지검(변호사비대납) 성남지청(성남FC) 등에서 제각각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요건을 갖춰 '건건이' 국회에 제출한다면, 민주당의 방탄국회가 언제까지 가능하겠나"라고 밝힌 것도 이를 시사합니다.

이 대표로서는 검찰의 소환뿐 아니라 당내 분열이 깊어지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결단과 민주당의 분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일 지방을 돌며 지지층 결집과 당내 단합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이 대표는 새해 초 '민생 경청투어' 도중 경남 양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근 봉하마을에도 들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도 면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수사에 맞서 친문 진영의 도움을 호소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래저래 이 대표로서는 취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백승주의 언어의 서식지] 얼굴 없는 사람들의 사회

사회가 톱니바퀴처럼 작동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있습니다.이들의 얼굴이 지워지는 사회는 온전한 공동체로 보기 어렵습니다. 백승주 전남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올해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얼굴을 지우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여성과 노동자, 장애인, 성수자들을 얼굴없는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세상읽기] 적대에 기생하는 대표자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적대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표출됩니다. 김만권 정치철학자는 나치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와 이에 반대되는 공리주의 철학자 존 롤스를 대비하며 정치 엘리트의 임무는 적대의 조장이 아니라 갈등의 조정이라고 역설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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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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