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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코인 전수조사' 피하는 이유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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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파문으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코인 보유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야는 내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부에선 전수조사 필요성 주장도 나오지만 지도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양 당 모두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느라 시간을 끌다 결국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남국 코인 의혹'을  민주당의 도덕 파탄이라고 맹공을 퍼붓는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코인 보유 현황 전수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당 지도부는 전수조사를 하자는 일부 의원들 주장에 "의혹 규명이 먼저"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을 민주당 전체의 도덕성 해이 문제로 키우려는 의도가 강합니다. 한창 김남국과 민주당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지도부에선 전수조사를 해서 코인을 보유한 의원들이 나올 경우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인을 할 줄 아는 의원이 적다고 보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에서 보듯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당장은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민주당에 공세를 취하는 등 김 전 의원 관련 의혹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 전수조사를 진행해 이슈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15일 '김남국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 TF'를 발족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에선 모든 의원의 코인 거래 및 보유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 국민적 의혹을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는 그리 간단한지 않습니다. 만약 전수조사에서 다른 의원들도 코인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 당의 존립 기반조차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지금은 김남국 개인 의혹 수준이지만 다른 의원의 부적절한 코인 거래 정황이 나온다면 사태는 게이트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수조사 대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통과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은 14일 저녁 긴급 의원총회에서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하는 법안을 이달 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은 내년 3월 말에야 공개되며, 금년 내역만 그 대상에 포함됩니다. 지금까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점을 의식해 '법 통과 즉시 국회의원 등 모든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을 신고해야 한다'고 부칙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실효성을 의문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선 의원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더라도 국민권익위원회가 거래소로부터 자산 보유 현황과 거래 내역 자료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 문제로 지적됩니다. 게다가 의원들이 차명으로 가상자산을 거래 또는 보관할 경우 거래소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도 실체적 진실에 다다르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 사태로 의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만큼 이번 기회에 투명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거대한 투기장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미흡하나마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로 실태를 개괄적이나마 파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회의장 직속의 독립 조사기구를 두거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 방식도 검토할 만합니다. 각 당의 유불리를 따지기에는 국민적 불신이 너무나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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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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