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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재정이 윤석열 정부 '쌈짓돈'인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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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비상진료 체계 운영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히 소진돼 논란이 큽니다. 정부의 건보 지원은 전공의들 집단 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1조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건보 수가 대폭 인상 방침을 밝히는 등 장기화하는 의료 공백 사태에 물러서지 않고 건보 재정을 대거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독단적인 의대 정원 결정이 초래한 혼란에 건보 재정을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 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비상의료 체계 가동을 위해 건보 재정에서 2,168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후 매달 1,880억원 가량의 지원액을 쏟아부었는데, 이달은 추석연휴 응급실 상황이 고려돼 증액됐습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정부가 사용한 건보 재원은 1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 매달 1,900억원 가량의 건보 재정이 계속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로선 얼마가 더 들어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상의료 체계뿐 아니라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마구잡이로 돈을 지원하는 것도 논란입니다. 윤 대통령은 10일 "의료인들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추석 연휴 전후 한시적으로 건보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사 부족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진 마당에 수가를 올려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지만, 건보 재정을 축내 생색을 내는 행태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최근 응급실 '뺑뺑이' 대책 차원에서 내놓은 응급실 전담의사에 연간 1억원씩 지원한다는 것도 즉흥적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건보 재정을 물 쓰듯 하는 배경에는 27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준비금이 있습니다. 준비금은 보험 급여가 부족해지면 비용을 충당할 때 쓰이는 비상금 개념인데, 정부는 준비금이 쌓여있어 일부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최근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건보 재정에서 1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보 재정이 갈수록 악화돼 준비금이 2028년이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3년간 건보 재정이 흑자여서 준비금이 쌓였지만 2026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서고, 저출생 고령화로 보험료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정부가 건보 재정을 끌어쓰고 있지만 채워 넣는 것은 기약이 없습니다. 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건보 재정에 보태도록 돼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건보 재정에서 상당액을 일단 끌어다 쓴 만큼 추후 보전 방안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연속 2년째 역대급 세수 결손과 '부자 감세'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 국고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건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건보료를 2년째 동결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건보료 동결은 올해를 포함해 역대 네 번째로, 2년 연속 동결은 처음있는 일입니다. 정부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국민의 부담 여력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인 점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의료대란 상황에서 건보료까지 올리면 민심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막대한 돈을 쓰겠다면서 요금은 안 올리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정부가 총선 전에 무리하게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쓰지 않아도 됐을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바람에 국민이 낸 건보료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건보 재정 악화는 결국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양상훈 칼럼] 윤 대통령 위해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

요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조언의 글이 보수언론에서도 종종 나타납니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한동훈, 이준석과의 비정상적 관계가 윤 대통령 국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관계 개선을 조언합니다. 이런 일은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김건희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 칼럼 보기

[광화문에서] 비공개 '대수비'...언론 취재 허용해야

최근 윤석열 대통령 행사에서 언론을 대동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동아일보 황형준 정치부 차장은 지난 정부에서 공개했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민생 현장에 '풀 기자'를 배제한 것 등이 언론 기피로 비쳐진다고 지적합니다. 대통령실 청사 1층에 위치한 기자실을 다른 건물로 옮기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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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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