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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회견에 '양극화' 해법이 빠졌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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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초과세수 증가분을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른바 K자형 양극화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초과 세수와 별개로 벌어지고 있는 ‘초과 이윤’ 분배 논쟁에 대해 "국제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에 기댄 K자형 성장으로 인해 경제구조 왜곡과 사회적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화하면 이재명 정부가 최우선 국정 목표로 내세운 '모두의 성장'이 어려워지는 만큼, K자형 양극화 완화를 남은 임기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이원화된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치로 드러난 외형적 성장은 눈에 띄게 두드러집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성장률은 1.8%로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1위에 해당하는 성과입니다. 수출이 크게 늘어 세계 5위에 올랐고, 경상수지 흑자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년간의 회복세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코스피 지수입니다. 1년 전의 2600선에서 세배나 올라 8000을 달성했습니다. 성장률 반등은 세수로도 이어져 4년 만에 '세수 펑크' 흐름이 끝나고 올해 연간 국세 수입이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성장률 개선세는 뚜렷해진 반면 K자형 양극화의 그림자는 더 짙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6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 하위권의 적자 상태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인 반면, 소득 상위권의 여윳돈 규모는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서민경제 전반까지 고루 퍼지지 못하고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분배지표가 더 나빠진 것입니다. 반도체 대기업들의 거액성과급이 지급되는 내년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질게 뻔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소득 격차가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자산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과 최근 자본시장 활황으로 부풀려진 금융자산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경우 주가가 오를 때 자본 이득의 3∼4%가 소비 증가로 나타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주가가 1만원 올라도 자본이득의 1.3%인 130원 가량만 소비재원으로 활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으로 번 이익이 부동산에 우선 투자돼 소비 여력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한 양극화 확대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좀체 구체화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반도체발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 형태의 재분배·복지 방안을 제안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계기로 촉발된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고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한 것도 기약없이 미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초과 이윤 배분 논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정부 차원의 논의는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여러 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논의돼온 협력업체와의 초과이익 공유제를 비롯해 반도체 생태기금, 노동사회연대기금 등이 거론되고 있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새로운 세금 신설 등을 통해 국가로 귀속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의 막대한 수익은 최소 2~3년, 길게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도 시작됐습니다. 인공지능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은 인공지능이 낳은 사회적 비용을 상쇄하는 데 일부 쓰여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양극화가 심화하면 사회는 엄청난 타격을 받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소비 감소와 성장 둔화를 초래해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엄청난 가계 부채와 인구 절벽까지 가세하면 국가적 위기 상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산 격차는 단순히 현재의 불평등이 아니라 미래의 기회 격차를 낳는다는 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올해가 소득과 자산 격차 확대의 원년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K자형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합니다.

[안선희 칼럼] 반도체 대박, 이재명 정부에 '양날의 칼'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 지표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그림자도 한층 짙어졌습니다. 안선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은 반도체 대기업 직원들은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 종소기업과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들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역대 최악의 양극화 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세제 개편과 반도체 세수 활용, 초과이윤 사회적 배분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 칼럼 보기

[메아리] '소년공 대통령'의 변심

노동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이재명 정부의 방향은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왕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이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노동계 지지를 받아 집권했으나 행보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 사태 때 "노동권만큼이나 경영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긴급조정권'도 꺼내려해 노동계로부터 '반노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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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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