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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의 해묵은 '베네수엘라 타령'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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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국민의힘이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대해 한국에 던지는 경고라고 주장하자 현실을 무시한 선동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베네수엘라와 한국은 민주주의 수준과 경제 상황, 산업 구조가 판이한 데 무턱대고 두 나라를 동일시하는 건 이재명 정부를 때리려는 정치적 의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마두로 체포 사태를 '한국이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인식하는 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경도된 보수진영의 친미주의 행태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 투입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은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는 베네수엘라 타령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에서 "최근 대선에서 마두로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집권했고, 누적된 국민적 분노와 내부 붕괴는 결국 오늘의 사태로 이어졌다"며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의 한국은 베네수엘라와 유사하다" 면서 "6월 지방선거가 베네수엘라처럼 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방파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이 마두로 정권과 닮았다고 전제한 뒤, 이대로라면 정권의 몰락은 필연이라는 독설을 퍼부은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단순히 '베네수엘라 포퓰리즘'에 대한 비교를 넘어 국가의 안보와 외교 문제 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평이 나옵니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밉보이면 한국도 미국의 침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윤 어게인' 세력의 주장과 한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윤석열 내란에 맞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연한 협박을 한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큰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보수 세력의 베네수엘라 프레임은 진보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우려먹던 단골 메뉴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당시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좌파정권이 한국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국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사회주의 정책이고, 그 정책을 따른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처한 현실을 봤을 때 우리 역시 실패할 거라는 궤변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다 이재명 정부 들어 소비 진작을 위한 '민생지원금' 지급 등 복지 정책을 확대하자 다시 베네수엘라 망국론을 꺼내들었고, 최근에 부정선거론까지 끼어넣어 공세를 강화하는 양상입니다. 미국의 극우 논객인 고든 창이 지난'반미 좌파가 한국을 제2의 베네수엘라로 만들 수 있다'는 제목으로 미국 언론에 기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복지정책과 포퓰리즘 논쟁으로 국한하더라도 '베네수엘라 프레임'은 터무니없습니다. 우선 베네수엘라는 석유 하나에 경제를 의존하는 전형적인 자원 의존형 국가입니다. 산업이 석유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유가 하락이 일어나면 국가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한국은 세계 5대 제조 강국으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층화된 산업·기술생태계를 구축해 외부 변수 충격에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경제구조는 베네수엘라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문화 콘텐츠, 소프트파워, IT 인프라 등에서도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큽니다.  

마두로 정권은 권위주의와 부패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현실과는 차별화됩니다. 극심한 경제난에다 집권층의 부패범죄로 민심이 이탈하면서 대통령 탄핵과 의회 해산 시도 등 극도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해외 이민 행렬도 줄을 잇습니다. 한국의 경우 부패와 권위주의로 따지면 윤석열 정권에서 최악이었지, 이재명 정부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가 채무와 외환 보유 등 경제 지표도 아직은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이런데도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이 한국을 베네수엘라와 비교하며 공포를 자극하는 건 전형적인 선동정치입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에 기반한 논쟁이 아닌 감정과 공포로 국민을 불안케하고 불신을 키워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꼼수입니다. 그러니 "국민의힘이 미국의 정당인지 한국의 정당인지 그 정체부터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허구를 확대시켜 공포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내란 정당'이라는 오명부터 씻어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박찬수 칼럼] '막걸리 선거' 떠올리게 하는 서울의 '공천 비리'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비리'는 이미 없어진 걸로 알았던 정치권의 대표적 불법 행위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박찬수 한겨레신문 대기자는 서울이 이 정도니 여야의 정치적 기반인 영호남을 비롯한 지방의 공천과 의정 활동이 어떨지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1960년대 '막걸리, 고무신 선거' 같은 정치 행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 칼럼 보기

[아침을 열며] 베네수엘라를 삼킨 트럼프의 신 제국주의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공소장에 적시된 마약 혐의는 명분일 뿐, 그 이면에는 냉혹한 채권 회수와 지정학적 봉쇄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진단합니다. 마두로 체포는 떼인 돈을 받아내고, 중국으로 향하는 에너지 보급로를 끊어버리는, 철저히 계산된 실리적 행동이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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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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