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녹취록'이 말해주는 것
경찰이 통일교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통일교와 정치권의 접촉 상황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최근 제기되는 의혹은 2018~2020년 당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와 2022년 대선 직전 상황으로 나뉘어집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등에선 두 가지 상황을 혼재해 여야가 똑같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으나 실상은 다릅니다. 현재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재수 의원과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인 로비 차원의 성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22년 대선 상황은 통일교가 이재명 후보가 아닌 윤석열을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돈과 조직을 전방위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정황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통화 녹취록과 윤영호가 작성한 '한학자 특별보고', 민중기 특검이 윤영호의 금품 제공 진술을 토대로 만든 수사 보고서 등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윤영호의 2022년 대선 당시 이현영 통일교 전 부회장과 3차례에 걸쳐 통일교의 정치권 접촉 상황을 상세하게 공유한 통화 녹음 파일은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 녹음 파일은 김건희 특검이 압수수색 등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에 들어있던 것으로 40분 정도의 분량입니다.
윤영호 녹취록에서 우선 확인되는 것은 통일교가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와 이재명 후보 캠프 등 2개라인을 통해 연결하려 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기획플래너'를 포함한 3개라인으로 접촉했다고 윤영호는 밝혔습니다. 접촉의 연결 고리는 대선 직전 통일교가 주관한 '한반도 평화서밋'으로, 두 후보와 미국 인사와의 대담을 추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윤영호는 16일 열린 한학자 총재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런 내용을 재확인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이후 과정입니다. 한학자 총재가 윤석열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윤영호 등이 추진하던 민주당과의 접촉이 중단됐습니다. 윤영호는 "어머님이 결정하시면 저희들은 움직인다. Y(윤석열)로 하면 좋겠다"고 그 상황을 밝혔습니다. 실제 당시 이재명 후보와 미국 인사들의 별도 대담은 없었던 반면, 윤석열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 후보는 통일교가 공을 들인 그 행사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습니다. 윤영호는 '한반도 평화 서밋'이 끝난 뒤 "이제 집회에서 어머님이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의중을 얘기하실 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록에는 그후 윤영호가 민주당과의 접촉을 끊는 상황이 소상히 언급됩니다. 윤영호는 "이 후보 측에서 접촉해왔지만 다행히 만나지는 않았다"고 했고, "어머님 의도가 명확한데 그걸 다시 우리가 연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윤영호는 이 전 부회장이 대화 말미에 "그러면 이 후보 쪽은 한번 나중에 보자고 하겠다"고 하자 "고민하고 있다는 정도만 보여주면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윤영호와 이 전 부회장 통화가 2022년 1월 25일과 2월 7일, 2월 28일 등 이뤄진 점으로 볼 때 한 총재가 윤석열 지지를 표명한 건 대선 한 달 전인 2월 초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윤영호로부터 1억 뇌물을 받은 시점은 그보다 앞선 1월이었고,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로부터 쇼핑백 두 개를 받았다는 의혹은 2월께로 추정됩니다.
한 총재의 윤석열 지지 결정에는 지난 정권 보수세력과의 유착도 있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한 평소의 거부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재직 당시인 2020년 방역수칙을 위반한 신천지 압박에 직접 나선 것을 보고 위기 의식을 느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당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통일교 계열 병원을 방문했는데, 이 지사가 이를 막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천지 등 사이비종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엄정한 대응이 통일교와 민주당의 연결을 차단하는데 기여한 셈이 됐습니다.
여권에선 전재수 의원의 경우 금품 수수가 사실이라해도 통일교의 조직적 접근이라기보단 지역구 차원의 민원에 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영호도 특검에서 전 의원은 2018년께 우호적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고 했고,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금품 제공의 경우 2020년 총선 전 선거 격려 목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일 잘못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번 사태를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동일시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합니다.

내란 사태 1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보라 소설가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투쟁, 비정규직들의 산재 사망 사고, 이주노동자들의 무참한 죽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등의 현실을 고발합니다. 노동자가 싸울 상대는 다른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을 경멸하고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는 자본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는 경종입니다. 👉 칼럼 보기
[문소영 칼럼] 내란 재판도 사초 쓰는 자세로 임해야
내란 특검이 6개월의 대장정을 마쳤지만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소영 서울신문 대기자는 '계엄의 밤' 이후 생겨난 시민들의 소망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말합니다. 쿠데타의 망령을 굴복시키고, 일상이 회복된 민주주의 사회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 소망을 법원이 지연시키는 탓이라는 겁니다. 내란 재판 역시 사초를 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