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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은 바뀌지 않았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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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박민 KBS 사장 취임 첫 날 벌어진 유례없는 '편성 개입' 사태는 예고된 수순입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전방위 공세를 취해온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이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입니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반성과 변화를 내세우지만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KBS 프로그램 진행자 대거 교체와 물갈이 인사 등 속전속결식 KBS 장악 시도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이념보다는 민생을 우선하는 메시지를 발신하지만 유독 언론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영국에서 열린 '제1차 인공지능 안전성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가짜뉴스가 자유를 위축시키고 선거 등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해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인권과 민주정치를 확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념적 색채가 뚜렷한 가짜뉴스 척결을 여전히 핵심 이슈로 삼는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가짜뉴스'는 사실을 고의로 조작·왜곡하는 정보가 아니라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언론을 지칭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언론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언론의 흠집잡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선 내년 총선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노골적인 '언론 장악'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이 검열 우려속에 가짜뉴스를 정조준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직 검사라는 윤 대통령의 경력을 언급하며 언론관을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김만배·신학림 허위인터뷰' 의혹과 관련, 언론사 기자들의 자택과 압수수색을 전하며 "한국이 민주화한 이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180개국 가운데 47위로 작년보다 4단계나 떨어졌습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태도는 2년 전과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2021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려 했을 때, 윤석열 대선 후보는 "언론재갈법"로 규정했습니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치권력의 자의성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가짜뉴스 여부를 정부 기관이 행정처분을 하는 건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헌재는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작 윤 대통령은 소통을 말하면서도 언론과의 직접 소통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근길 문답은 '바이든-날리면' 보도 사태로 중단됐고, 기자회견도 취임 100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기피하면서 비판적인 언론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며 탄압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한 경우는 없다는 건 역사의 교훈임을 알아야 합니다.  

[아침햇발] 압수수색 공포에 떠는 나라

윤석열 정부 들어 압수수색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영장청구가 급증하는 양상입니다. 한겨레신문 이춘재 논설위원은 형사소송법에는 압수수색의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돼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제동을 걸어야 할 법원도 역할을 포기한 것 같다고 지적합니다. '영장 자판기'라는 조롱이 과하지 않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로컬 프리즘] 서울시 김포구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여당의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으로 경기북도 설치 문제가 표류하게 됐습니다. 중앙일보 최모란 사회부 기자는 지난해 12월 경기북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던 상당수 지자체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도민 66%가 김포 서울 편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반영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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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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