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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 한동훈 동시 출격, 경쟁심 발동?

이충재
이충재
- 7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같은날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KBS 신년대담은 7일 밤 방송됐고, 이날 낮에는 한 위원장이 관훈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두 사람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분석합니다.

윤 대통령의 신년대담이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 것부터가 이례적입니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KBS 앵커에게 집무실 내부를 소개하고 중간중간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콘셉트로 제작됐습니다. 민감한 현안을 두고 국민과 소통한다기보단 윤 대통령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자리에 그쳤습니다. 다큐를 통한 극적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사전에 기획된 국정 홍보영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핵심 현안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도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온 공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젠 관저에 있으니 잘 관리되고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사과는 물론 애초 예상했던 '유감 표명'도 없었습니다. 이번 대담은 방송사의 편집과 대통령실의 검토 승인 과정 등을 거쳐 진행됐습니다. 결국 형식이나 내용 모두 윤 대통령의 '다큐 쇼'라는 혹평이 나옵니다.

한 위원장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이 그간 밝혔던 입장을 강조하는데 그쳤습니다. 패널들의 정치관련 질의에 대해 응답의 대부분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판에 할애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친북적인 사람이 공격의도로 한 저열한 몰카공작이 명백하다"며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국회의원 정원 감축, 중위소득 수준의 세비 지급 등 이른바 정치개혁 시리즈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방안이 대중들의 정치 혐오 정서에 기반한 '반정치'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날 관훈토론회가 윤 대통령의 신년대담과 겹치는 점을 들어 조율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부인한 대목입니다. 한 위원장은 관훈토론회 참석 일정이 신년대담보다 훨씬 전에 잡혔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관훈클럽은 지난달 22일 한 위원장 초청 토론회 일정을 공지했고, 윤 대통령의 KBS 신년대담이 알려진 것은 그보다 한참 뒤인 이달 1일께였습니다. 그나마 대통령실이 KBS 대담 사실을 확인해준 건 윤 대통령이 촬영을 마친 뒤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관훈토론회 일정을 알고도 같은날 방영을 택한 셈입니다.

여권에선 권력의 1,2인자가 같은날 언론의 집중을 받는 일정을 택한 의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해석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겁니다. 유력인사를 초청해 중견언론인들과 질의 응답을 갖는 관훈토론회는 상당히 비중있는 행사입니다. '정치인 한동훈'의 생각과 비전을 전 국민에게 전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한 위원장에게는 의미있는 자리입니다. 이를 모를리 없는 대통령실이 촬영한지 사흘이나 지나 방송일을 잡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한 위원장 측에서도 대통령실의 대담 방송일 결정에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당에선 실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측이 사전에 전혀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통상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일정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게 관례입니다. 특히 이번처럼 중요한 행사는 언론의 주목을 높이기 위해 날짜를 다른 날로 조정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보수진영 내에서 나옵니다.  

여권에선 앞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힘겨루기 양상이 자주 돌출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최근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 사퇴도 이런 시각에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 위원장이 관훈토론회에서 "저와 그 분이 신뢰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일정정도 선을 긋는 발언입니다. 두 사람의 긴장 관계가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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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