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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오발령' 대혼란에 윤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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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오발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과 일본의 태세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작 미사일이 발사된 한국은 경계경보 오발령으로 극도의 혼란이 빚어진 반면 일본은 침착하고 기민한 대응이 돋보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기시다 총리가 이른 아침부터 총리 관저에서 사태를 지휘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안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시다 총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긴급 대책을 논의했지만 한국은 윤 대통령이 아닌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가 열린 것도 양국의 대응 태세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대통령실의 첫 대응은 31일 오전 7시쯤 "안보상황점검회의가 곧 열릴 예정인데 필요에 따라 NSC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공지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이어 "오전 9시부터 조태용 실장 주재로 긴급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오전 6시29분 '북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직후 첫 보고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간과 보고를 받은 후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NSC는 왜 주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달랐습니다. 그는 총리 관저에서 오전 6시 30분께 보고를 받은 뒤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로 판단되는 물체가 발사됐다.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상세한 내용은 분석 중"이라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총리가 사태를 장악하고 있음을 국민에게 알려 안심시킨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발사 직후 한국보다 11분이나 빠르고 상세한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가 30분만에 낙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해제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는 오전 8시께 NSC를 주재하고 북한 발사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며칠 전부터 예고된 것으로 우리 정부가 강력히 규탄했던 중대한 안보 사안입니다. NSC 참석자들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도발 사태에 윤 대통령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시민들은 서울시의 위급재난문자에 놀라 깨어나 혼란과 공포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고,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몰라 우왕좌왕했지만 답변해주는 당국자는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낸 것은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사회보장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이른 아침에 전 국민이 놀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발언이나 경보 오발령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실은 이후 "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일정을 수행했다"고 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해명입니다.      

"서울시의 재난 문자가 오발령이 아니다"고 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집니다. 오 시장은 "안전에는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변했는데 상황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보낸 문자 전송이 원칙이라는 건 책임 회피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시민들에겐 당장 대피준비를 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서울시는 재난 대비 시스템을 발동하지 않았습니다. 산하 공무원들에게 주민들 대피를 돕도록 하는 지시도 없었고, 관련 회의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겪을 혼란은 안중에 없고,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무능과 무책임으로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국가 위기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대통령의 상황 장악에는 의문을 남겼고, 재난대응 주무부처인 행안부와 서울시의 판단과 대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후에는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런 식의 대응이 반복되면, 위급한 상황에도 시민들을 둔감하게 만들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제도와 시스템에서 잘못된 부분을 신속하게 정비해야 합니다.


[메아리] 인턴의 눈물과 남녀고용평등법

취업시장에서 벌어지는 성차별 사례가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엔 신한카드에서 남녀 성비를 맞춘다며 어성 지원자를 무더기로 탈락시켜 재판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한국일보 이진희 논설위원은 심각한 성차별 비리에도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처벌 조항이 낮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저출생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한전공대를 흔들지 말라

정부가 한전공대 출연금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입니다. 경향신문 오창민 논설위원은 한전 적자의 책임을 한전공대에 돌리는 정부의 치졸함을 비판합니다. 출연금을 아낀다고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탈원전정책이 밉다고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갈 역할을 담당할 한전공대에 화풀이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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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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