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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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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특별사면하는 명분은 그가 공익신고자라는 점을 인정해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재한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김 전 구청장을 8·15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원이 일관되게 김 전 구청장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면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김 전 구청장 사면은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적 결정이라는 얘깁니다.

김 전 구청장이 공익신고자라는 주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년 2월 당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제한적이나마 공익신고자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결정에 논란이 제기되자 권익위는 "공익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고도 신고한 경우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신고로 인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후 김 수사관의 폭로가 공익신고의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익신고자 지위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라는 법률에서 규정된 것으로 최종적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습니다. 법원은 2021년 김태우 공무상 기밀누설 사건 1심판결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한결같이 김 전 구청장을 공익신고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법원의 결정은 김태우의 폭로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명시된 예외조항인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2018년 김태우가 내놓았던 폭로는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으로 근무하다 심각한 개인 비리로 검찰로 원대복귀 처분된 후 대검에서 징계를 받던 시점에 나온 것입니다. 감찰을 받기 전에 청와대 감찰 정보를 폭로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연이은 폭로의 주된 동기가 자신에 대한 징계를 피하려는 의도로 볼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실제 당시 대검 감찰본부는 김태우가 건설업자와 유착해 자신의 청와대 파견을 청탁하는 한편 뇌물공여 혐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무마하려 했으며, 감찰대상기관이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급사무관 직위를 신설하도록 유도하고 합격자로 내정되도록 해 셀프승진하려 했다는 사실 등을 밝혀내고 해임을 건의했습니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고,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의 결정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 전 구청장이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책임감면 조치'를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책임감면 신청'은 공익신고로 인해 발생한 형벌의 감경을 권익위에 요청하는 절차인데, 신청이 인정되면 권익위는 대법원에 감형 필요 의견을 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권익위는 김 전 구청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법원의 판단을 인정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2019년 김 전 구청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던 권익위의 자체 결정을 번복한 셈입니다.  

김 전 구청장과 국민의힘은 법원의 공익신고자 배제 판결이 '김명수 사법부'와 '문재인 검찰'의 횡포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 확정 선고를 내린 대법원 1부 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전임 대법원장 양승태가 임명 제청한 대법관입니다. 또 김 전 구청장을 기소한 김욱준 당시 수원지검 형사1부장은 2020년말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반발하다 검찰을 떠났던 인물입니다. 검찰이 기소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공소유지했으며,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반발할 명분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김 전 구청장의 개인비리와 대검의 감찰, 검찰 기소와 재판 진행 과정 등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짜 공익신고자'이자 '비리 혐의자'를 사면하는 것은 헌법을 유린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입니다. 일각에선 김 전구청을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에 출마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번 보궐선고는 김 전 구청장의 비리 혐의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그런데 특별사면이라는 비정상 조치까지 동원해 공천하는 것은 사법부와 국민을 조롱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사면 농단'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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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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