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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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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침묵을 지켜 의구심이 커집니다. 'VIP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녹취파일에 이어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간의 통화기록이 확인됐지만 대통령실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29일 '전세사기특별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향후 수사받는 상황에 대비해 사실상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이 전 장관 전화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격노설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젠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외압 행사 여부가 주목받게 됐습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세 차례의 통화에서 수사 지시를 내린 사실이 밝혀지면 국방부 장관에게 부당하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시킨 직권남용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사의 칼날이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실에서 간접적으로 나온 해명은 "대통령이 국무위원과 통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겁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일상적 통화라는 주장인데, 여기엔 큰 허점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전화는 도청방지 프로그램이 삽입된 '비화폰'이 아니라 개인 휴대폰으로 이뤄졌습니다. 대통령실 근무자는 예외없이 도청 방지장치가 달린 비화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상적인 업무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윤 대통령 통화 당시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중이었습니다. 해외 출장 중인 장관에게 대통령이 긴급하게 전화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당시 국방부 보도자료를 보면 이 전 장관의 출장은 '한-우즈벡 방산진흥 컨퍼런스 개최' 협의로 돼있습니다. 애초 윤 대통령이 화급하게 여러 차례 개인 전화를 사용하며서까지 논의할 사안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유일하게 밝힌 입장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의 '동문서답'식 답변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VIP 격노설'을 묻는 질문에 "국방부 장관에게 무리하게 인명사고를 낸 것에 대해 질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국군통수권자가 격노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감쌌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해도 의문은 풀리지 않습니다. 채 상병이 순직한 날은 지난해 7월 20일이고,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나 통화한 날은 8월 2일입니다. 열흘이 넘어 채 상병 사망을 질책했다는 건 시점상으로 맞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수사 외압의 결정적인 물증이 드러났는데도 침묵하는 건 답변을 내놓기가 궁색해서입니다. 수사 결과에 대해 질책한 게 사실이라고 답하면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나중에 더 큰 책임을 져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등 수사 과정에서 관련 물증이나 증언이 나오면 직권남용에 위증 혐의까지 덧씌워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격노와 질책이 실제로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검사 시절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많은 과거 정부 인사들을 기소했던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질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을 터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어떤 답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묵비권'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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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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