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시작됐는데 윤 대통령이 안 보인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24일 시작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지 않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몇 차례 "과학적 검증" 등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에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찬반에 대한 뚜렷한 의사표명 없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간접지원하는 모양새로 일관해 왔습니다. 일본의 최인접 국가로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 불안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데도 침묵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일본 오염수 방류가 개시돼도 담화문 발표나 기자회견 등 별다른 입장 표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국무총리나 관련 장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정부의 공식 소통 창구가 차관급인 박구연 국무총리실 1차장이란 점이 이런 실상을 보여줍니다. 실제 국민의힘이 23일 오염수 방류 정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긴급회의에서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사람도 박 차장이었습니다. 일개 차관에게 국가 중대사를 떠넘기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등은 나몰라라 하는 형국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방침에 한 번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찬성은 아니라고 강변했습니다. 박 차장은 22일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오염수 방류 찬반 입장에 "무슨 투표 하듯이 찬반 이렇게 입장을 표명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입을 맞춰 사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기만해온 셈입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는 오염수 방류 찬성 쪽이었습니다.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의 유튜브 홍보 영상 제작을 대통령실이 대통령실 예산으로 직접 주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오염수 방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 대통령도 그나마 몇 차례 되지 않는 오염수 방류 관련 언급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결과 존중"을 반복했습니다. 국민들의 우려를 대변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동원한 검증 참여도 눈가림용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5월의 정부 후쿠시마 시찰단도 검증이 빠진 견학에 그쳤고, 윤 대통령이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요청한 세 가지 요청도 반쪽합의에 그쳤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인 방류 점검을 위한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원전 상주 요구는 정기적 현장방문으로 축소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성과라고 포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내용뿐"이라고 평가절하합니다.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찬성하는 데는 윤 대통령의 뜻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 분석입니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등 일본과 전격적인 관계 개선을 주도해온 윤 대통령으로선 오염수 방류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최근 한·미·일 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일본 언론에선 23일에도 애초 8월 중순 방류하려던 계획을 윤 대통령의 한국 내 입장을 고려해 8월 하순으로 늦췄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을 외면한 한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세워주기 위해 방류 시기를 조절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그러지 않으면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 정부 편에 선 무책임한 방관자였다는 비판을 피하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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