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의 '수상한' 시간끌기
청와대 재제청에 곧 입장 낸다던 조 대법원장, 20일째 침묵
추천위 재구성 결정해놓고 우호적 여론 형성 시간 벌기 의도
'대법관 증원제' 시행 맞춰 대법관 후보추천위 개선 필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도 20일째 침묵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직후 "곧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아무런 설명 없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이미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기로 결정해놓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사법부 내부 의견 수렴 등 고심하는 모양새를 갖춰 추천위 재구성에 따른 청와대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사태 장기화의 책임을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한 청와대에 돌리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대법원장의 길어지는 침묵은 '명분쌓기' 측면이 커 보입니다. 7개월 동안 제청을 하지 않다가 전례없는 '대통령 패싱' 대법관 제청으로 조 대법원장은 어려운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여권을 비롯해 중도층에서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청와대의 재제청도 이런 와중에 나왔습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조 대법원장은 여론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에서 연일 청와대의 재제청을 사법부 독립 침해로 규정하고 대법관 추천위 재구성을 독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등 자신을 공격하는 세력의 힘을 빼려는 계산일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해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5일 "후보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지 말고 기존 추천된 후보중 한 명을 재제청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추천위 재구성을 내심 굳힌 조 대법원장으로선 이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시간을 끌어 공격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제 풀에 지치기' 전략을 구사하는 셈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 관철시키겠다는 목적입니다. 청와대가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고법 김민기 판사를 절대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얘기가 법원 안팎에서 나옵니다. 표면적으로는 김 판사 배우자가 헌법재판관으로 '대법관·헌법재판관 부부' 이해충돌을 우려해서라고 하지만, 실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진보 성향인 김 판사를 대법관에 앉히지 않겠다는 저의가 명확해 보입니다. 추천위를 새로 꾸려 올라온 후보 가운데 보수 성향의 인물을 제청하려는 속셈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시간끌기로 인한 대법관 공석 장기화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입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은 17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해도 대법관 1명의 공석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관 추천위를 재구성할 경우 임명까지 통상 한달 이상 걸리는데다, 또다시 청와대와 제청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계속될 경우 기약이 없습니다. 반면 기존에 추천된 인사를 재제청하면 공석 상태는 훨씬 빨리 해소될 수 있습니다.
대법관 제청 미루기는 조 대법원장이 강조해온 신속한 재판의 원칙에 위배된 것은 물론 그가 재판 지연에 따른 국민 고통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석 상태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대법관 12명이 담당해야할 사건을 11명이 나눠 맡게돼 그만큼 부담이 커집니다. 대법원은 재판 차질을 막겠다며 대법관 소부 배치를 조정했지만 임기응변에 불과합니다. 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김건희의 ‘3대의혹’ 사건과 한덕수·이상민 내란 사건의 경우도 정상적인 사건 심리는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법관 인선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대법관 증원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20명의 대법관 인선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혼란이 반복되면 상고심 재판 지연 해소라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가 무의미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현재 매우 제한적 인적 구성으로 이뤄진 대법관 후보추천위를 보다 다양하는 게 우선적 과제로 지적됩니다. 국민주권 원리를 반영해 위원들의 직역 내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법관 추천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려는 조 대법원장의 불순한 의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지지층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합니다. 권태호 한겨레신문 편집인은 여권은 지지율 하락이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정책 성과를 다시 거두면 금세 회복되리라 기대하는 듯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 바탕에는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논란이 국민에게 '공적 이유'가 아닌 '사적 동기'로 의심받는 측면이 크다고 진단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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