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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도 검경이 해결할 거라는 착각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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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가 처음부터 검경을 동원한 압박으로 사태가 꼬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가 담화문에서 '법정최고형'을 경고하고 검찰과 경찰이 구속수사와 체포를 위협하는 등 과도한 대응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입니다. 정치권에선 공권력을 이용해 건폭과 사교육 카르텔 등 특정 집단을 공격해 목적을 달성해온 윤석열 정부의 강압적 행태가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집단행동에 참여한 의료인들이 가장 반발하는 것은 정부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예고한 대목입니다. 정부는 21일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검경의 강제수사 방침을 공식화하며 한층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한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인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처벌을 공언하는 것이 바람직했는가는 의문이 남습니다.  

정부의 강압적 태도도 반발을 불렀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아 병원 기능이 마비되고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그는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의료계 갈등의 당사자인 복지부 책임자가 상대를 적으로 여기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와 강압적 명령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언론계 등에서 검경을 동원한 압박이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한데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물연대 파업과 노동계 시위를 체포와 구속 등 폭압적 수단으로 해결하고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과 강제수사를 벌였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수법으로 지지율을 올려온 정부가 이번에는 의사를 대상으로 지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검경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 방식은 이전 세 차례의 의료계 집단행동때와도 비교됩니다.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정원 확대 반대 사태때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공권력을 동원한 위협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뒀습니다. 2020년 8월 당시 정세균 총리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에 이번 정부는 물러서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만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대응에도 허점은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이번 집단행동이 과거처럼 '파업'이 아닌 '사직'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제 사법처리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개인 자유의사가 반영된 사직까지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해석입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2000명 증원'을 전격 발표하는 등 접근 방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그동안 28회의 의정협의체회의를 통해 의대증원 규모를 협의했다고하나 의사들은 금시초문이라며 정책 추진이 일방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의사 증원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 명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강경일변도의 대응만으로는 당장의 인명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의료대란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어느정도의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않은만큼 단계적 증원을 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의대정원을 내년부터 갑자기 2000명 늘리면 당장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료계 주장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스러움'을 보여주겠다는 정부의 비민주적 방식으로는 결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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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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