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로 의혹, 미궁에 빠졌다
김건희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인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수사가 좀처럼 진척이 없어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민중기 특검은 지난 7월 발족 직후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한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5개월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검 주변에선 관련자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데다 시일이 지나면서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큰 게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특검은 이달 28일 수사 기간이 종료되면 경찰에 자료를 넘겨 계속 수사토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검 수사가 난항에 빠진 건 의혹의 '키맨'인 국토교통부 소속 실무자의 모호한 진술 때문입니다. 국토부내 고속도로 건설담당 부서 팀장인 김모 서기관은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용역업체와 소통한 실무자로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인물입니다. 그는 당초 특검에서 "인수위에서 전화해 강상면 종점안으로 대안노선을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나도 기술적으로 평가해서 용역업체에 변경을 지시한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인수위 지시·검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앞서 용역업체 조사에서 김 서기관이 윤석열 당선 직후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면 편의를 봐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용역업체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노선 변경 용역에 착수해 타당성 조사까지 끝마쳤습니다. 국비 1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을 서기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만큼 배후가 있을 거라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당시 국토부는 용역업체가 종합평가 등을 끝내지 않았는데도 수십억원의 용역비 전액을 지급했고, 용역업체 보고서 중 핵심 자료를 고의로 누락시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토부 실무자에게 노선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수위에 파견된 국토부 소속 김모 과장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달 초 김 과장을 소환해 인수위 차원에서 외압을 행사했는지 집중 추궁했지만 뚜렷한 진술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특검은 지난 10월 자택 등 압수수색에서 김 과장의 PC 하드디스크 교체영상 등 증거 인멸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휴대전화 자료 대부분이 삭제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김 과장의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특검은 김 서기관과 김 과장 대질신문을 실시했지만 여기서도 의미있는 진술은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초 특검은 이 사건의 얼개를 국토부 김 서기관→인수위 김 과장→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윤석열·김건희 부부 순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원희룡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는 인수위에서 추진했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작업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혹 규명은 인수위 실무자 단계에서 벽에 부닥쳐 윤석열 부부는커녕 원희룡조차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당시 원 장관은 논란이 일자 느닷없이 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 의혹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은 차고도 넘칩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종점지인 강상면 일대가 김건희 일가의 부동산 보유지라는 점이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당시 재산신고 현황을 보면 김건희와 모친 최은순씨, 김건희 형제자매는 강상면 일대에 축구장 3개 넓이(2만2663㎡)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재직시절 명의신탁 의혹이 불거진 곳이기도 합니다. 김건희 일가에 개발 호재를 몰아주기 위해 노선변경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검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는 경찰의 늑장 수사와 국토부의 맹탕 감사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2023년 시민단체의 고발에도 경찰이 뭉개고 있다 지난 대선 직전에야 강제수사로 전환됐습니다. 거의 2년 가까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상당수 증거 자료가 폐기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부도 지난해 윤석열 탄핵이 확실해지자 자체 감사에 착수해 절차적 문제만 지적하고 말단 실무자만 징계하는데 그쳤습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은 국가 정책에 대한 사적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김건희의 명품 수수 의혹들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김건희의 공적 활동 개입 의혹의 핵심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의 의지가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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