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이 드루킹과 다른 이유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한 가운데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드루킹 특검'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당시 민주당이 야당 요구를 수용해 특검을 실시했다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던 상황이 떠오른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에서도 그간 가려졌던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인사들의 통일교 연루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날 거라는 기대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통일교 주변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을 볼 때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한 정도는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 쪽이 훨씬 클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통일교 특검이 드루킹 특검과 유사한 대목은 여러 곳입니다. 우선 '3대 특검'과 달리 여권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동일하고, 시기가 집권 초라는 것도 두드러집니다. 정권의 힘이 가장 강력한 시기에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집권여당이 수사선상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2018년의 드루킹 특검은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만에 실시된 데다 민주당원들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여당에 큰 정치적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번 통일교 특검도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이 꺾이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처럼 청와대나 내각에 기용된 인사들이 한두명이라도 더 확인되면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검 수사 기간이 내년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드루킹 특검이 통과됐을 때도 당시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본격적인 수사 착수는 지방선거 이후로 합의해 선거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통일교 특검이 드루킹 특검과 다른 결정적 이유는 사건의 얼개를 대략 유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드루킹 사건은 댓글 조작 일당의 성향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진 반면, 이번 통일교 특검은 여야의 의혹 정도와 실상이 관련자 진술과 자료, 앞선 특검 수사로 윤곽이 드러난 상황입니다. 드루킹 특검이 당시 여당으로선 실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방비로 당한 것이라면, 통일교 특검은 사전에 어느 정도 상황 파악과 대비책까지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이미 여권에서도 자체 조사를 통해 득실 계산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특검 수사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됩니다.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 금품 로비와 2022년 대선 당시 통일교의 정교유착 의혹이 규명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교 정치인 로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당수가 거론된 상황입니다.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전재수, 임종성, 김규환은 한일해저터널 사업과 관련이 있고, 교세 확장의 필요성 등으로 정권에 관계없이 수십 명의 여야 인사들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여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최소16명의 정치인이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에게 절을 올리는 경배 의식을 했다고 윤영호가 진술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통일교의 지원 형태는 현금 이외에도 공식적인 정치후원금과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2년 대선 당시 통일교 의혹은 대부분이 국민의힘 관련입니다. 윤영호 녹취록 등에서 거론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쪽 인사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 정무실장, 강선우 의원 등이지만 단지 연락을 담당한 정도에 불과하고, 당시 문재인 정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언급되지만 뚜렷한 역할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총재가 윤석열 지지를 공식화하면서 권성동 의원뿐 아니라 상당수 의원이 연루된 정황이 짙습니다. 윤영호가 접촉 상대로 진술한 인물만도 권영세, 윤한홍, 이철규, 나경원, 추경호, 김정재, 한기호 의원 등이고, 대선 전후로 국민의힘 정치인 20여명에게 총 1억 4400만원의 쪼개기 후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원 한도를 넘지 않았더라도, 단일 조직이 여러 명의 명의를 동원해 금액을 분산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고, 특히 쪼개기 후원이 조직적 행위였다면 그 위법성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통일교 특검이 드루킹 특검처럼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게다가 김건희 특검에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측에 제공된 정치 자금과 조직적인 당원 가입 실상이 밝혀지면 국민의힘은 궤멸적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큽니다. 일각에선 2022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신천지 개입설도 특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야 간 협상이 진행될수록 민주당은 특검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수세에 몰리는 전세 역전의 상황이 전개될 거라는 게 법조계의 대다수 관측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접촉 사실 여부를 유독 회피해 논란입니다. 손원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접촉 대상으로 밝힌 5명의 여야 정치인 가운데 나 의원만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합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의 시발점이 된 격노설에 말을 돌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던 윤석열과 뭐가 다르냐는 반문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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