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네타냐후가 감당할 최악의 시나리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쟁이 끝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혹독한 난관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는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아졌고, 네타냐후는 조기총선과 실각의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는 탄핵소추, 네타냐후는 구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한 승부수로 던진 이란 전쟁이 거꾸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게 된 셈입니다. 협상이 타결돼 종전이 되든, 혹은 결렬돼 장기전으로 가든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현지 언론과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트럼프에게 닥칠 가장 큰 시련은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입니다. 대다수 미국 언론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물가 압력이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과도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폭탄으로 수입물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이란과의 전쟁은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통상 미국 선거에서 경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작용하는 터라 지금의 불안한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와 공화당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집권 후 세 번째로 28일 미 전역에서 열린 이른바 '노 킹스' 시위에 최대 규모인 800만명이 참여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미국 대통령의 4년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던 대통령들도 쉽사리 이기지 못해 '현직 대통령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중간선거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를 유지해도 다수당을 빼앗긴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인 36%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미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의석 100석 중 35석을 뽑는데,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 우세 구조(상원: (공) 53 (민) 45, 하원: (공) 218 (민) 214)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입니다.
문제는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뿐 아니라 탄핵소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미국민 수백 만명의 안전을 볼모로 한 무모한 이란 전쟁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특히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폭격당해 182명이 숨진 사건이 미군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에 대한 전범 논란과 함께 탄핵 여론을 확산시킬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대통령 탄핵은 하원 과반수 찬성 발의에 이어 상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트럼프 탄핵은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하원에서의 탄핵소추안 발의만으로도 정치적 압박이 상당할 거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입니다.
이란 전쟁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궁지에 몰렸습니다. 당장 오는 31일까지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의회는 해산되고 6월 조기총선을 통해 새 내각이 구성되는데,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당초 이란 공습으로 고위지도자들이 한꺼번에 제거될 때만해도 지지율이 높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추세가 꺾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치러지면 연정을 해도 집권여당인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해 총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신의 분석입니다. 예산안이 통과돼 조기총선이 아니라 당초 예정된 10월에 총선이 치러져도 판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예측입니다.
네타냐후가 실각하거나 종전이 되면 그의 재판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네타냐후는 뇌물수수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2020년부터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잦은 전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이란 공격으로 법정 출석을 면했고, 지난해 가자지구 침공 때도 재판이 중단됐습니다. 외신에선 네타냐후가 재판을 중단 또는 지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전쟁 직전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이란의 상당한 양보로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돌연 기습폭격으로 전환한 것도 네타냐후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판결이 나오면 네타냐후는 최대 10년형을 받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란 전쟁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트럼프와 네타냐후도 꼬리자리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트럼프는 연일 이란 작전의 책임을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군부에 돌리는 발언을 했습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군부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 '책임 전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선 군 수뇌부와 정치권에서 무리한 전쟁 확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이 끊임 없는 전선 확대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야당에서도 전쟁 확대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승리를 선언하며 출구찾기에 나서더라도, 무모한 전쟁의 후과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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