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논란'이 씁쓸한 까닭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가 우여곡절 끝에 채택됐지만 한국 중앙은행 수장으로서의 '국가관'에 적잖은 의문을 남겼습니다. 신 후보자는 가족 국적과 증여세 회피 의혹, 외화자산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보고서 채택이 두 차례나 무산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그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제적인 경제전문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걸맞은 본인과 주변 관리는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 경제엘리트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다시 입길에 올랐습니다.
그간 한은 총재 청문회는 도덕성보다는 정책 검증에 중점을 둬 큰 관심을 받지 않았습니다. 웬만한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다른 관료들과는 차별화된 전문성을 인정해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관행에도 신 후보자가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당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첫 사례가 된 것은 의혹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신 후보자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던 터라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가족 국적 문제입니다. 신 후보자 딸이 영국 국적으로 한국 여권을 재발급받고,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불법 여권을 발급받은 사실이 청문회에서 드러났습니다. 신 후보자는 딸을 내국인으로 가장해 자신의 아파트에 위장전입 신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신 후보자는 행정절차를 잘 몰라 국적 상실 신고를 빠트렸다고 했지만, 그의 아들은 한국 국적 상실을 제때 신고해 병역 의무를 면제받았습니다. 고위공직자 후보로서 국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주권질서를 지키지 않은 셈입니다.
부동산 의혹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신 후보자는 모친 소유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이른바 '갭투기' 방식으로 매입해 10여 년 만에 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강남 아파트 외에도 서울 종로구의 오피스텔과 미국에 있는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총 3주택 보유자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82억원의 재산 중 절반이 넘는 45억원이 외화자산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신 후보자는 다주택과 해외재산 순차적 매도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국적과 부동산, 주식 등은 국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민감한 소재입니다. 일반적 인사청문회라면 쏟아지는 여론의 질타에 낙마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신 후보자 도덕성 문제가 뜨겁지 않은 건 그의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입니다. 신 후보자는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40년 가까이 국제금융 현장을 누빈 자타가 공인하는 출중한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의 능력과 인맥이 환율 등 복합위기 속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학계와 경제계에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신 후보자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엘리트들이 근래 보여온 행태를 떠올리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능력과 경험을 국가 경제위기 해결에 사용하기는커녕 권력과 재산 등 사적 이익을 챙기는 데 활용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경제엘리트들이 보여준 민낯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통 경제관료들은 경제는 뒷전이고 윤석열의 비위를 맞추며 권력 유지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심지어 헌정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내란에 동조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아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한국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혼돈의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환율과 물가 등 민생과 직결된 경제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채 여권의 지원으로 중앙은행 수장이 된 신 후보자가 얼마나 독립성을 지키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한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귀국했다"면서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부채 의식을 잊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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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먼저 역린을 건드리면 진다"
지방선거 후 펼쳐질 여당의 전당대회가 당청관계의 또다른 변곡점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강준구 국민일보 정치부장은 집권 초 이례적인 당정 간 긴장은 야당의 몰락과 아울러 일련의 당원권 강화에 따른 결과물이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도 대통령이 당원 개혁 의지를 배신하거나 당이 대통령 발목을 잡는, 먼저 역린을 건드린 쪽이 당심을 잃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