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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 판사들 특권 아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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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의제로 26일 회의를 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의 선거 개입 의도가 의심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파기환송 판결로 촉발된 회의인데, 해당 판결보다는 사법부 독립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서입니다.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린 당사자인 조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재판 독립만 강조하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과 연계되지 않은 사법 독립 주장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법관회의에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은 회의 안건 선정 과정에서 두드러집니다. 당초 법관회의 개최는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내부망에 현직판사들의 비판글이 발단입니다.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이 민주당의 '조희대 특검법' 추진 등의 법원 압박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안건이 어정쩡하게 조정됐습니다.  

법관회의 운영진의 태도는 더 모호합니다. 운영진이 낸 언론 보도자료에는 "개별 재판에 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이 후보 사건이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판사들이 회람한 실제 안건 원문에는 '특정사건의 이례적 진행으로 사법신뢰가 흔들렸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운영진의 소극적인 자세로 볼 때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법관회의가 국민 대다수 인식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할 거라는 우려를 낳습니다.

문제는 법관회의 논의가 '재판 독립' 침해에 집중될 경우입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최근 민주당이 판사들을 향한 '비법조인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 등을 밀어붙이는 것에 강한 반감이 형성돼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귀연 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판사 뒷조사'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기류는 법관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사법부 독립이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배제한 채 국민위에 군림하며 마음대로 판결을 내리라고 주어지는 특권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사법부 독립은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과 책무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게 일치된 견해입니다. 사법의 정당성과 책무성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되, 그 결정 과정과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명해 동의를 구하고, 그 결정의 책임을 부담하는 일련의 체계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대법원 소부 심리도 없이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합에 회부하고, 9일 만에 단 두 차례 평의를 거친 뒤 원심을 파기한 '조희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법부 독립에 부합하지 않는 셈입니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화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써 이루어낸 것임에도 그간 법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독립성의 외관 하에 시민들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폐쇄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권력화하는 폐해를 야기시켰습니다. 기득권 엘리트 세력으로서 관료화의 길을 걸으면서 정치권력의 보조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조 대법원장 주도로 이뤄진 전례 없는 속도전의 배경에도 대법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의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관대표들이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갈 경우 사법부 독립이란 가치도 형해화할 것이 자명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은 주권자의 민주적 권력 창출 과정을 왜곡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로 헌법질서 자체를 훼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법관회의는 진정한 사법부 독립의 의미와 가치, 실현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놔야 합니다. 바닥까지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 여부가 법관회의에 달렸습니다.

[아침햇발] '제왕적 대법원장'과 재판독립이라는 형용모순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계기로 사법개혁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한겨레신문 이재성 논설위원은 군사독재 시절 이래 사법부는 한번도 제대로 개혁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독재자의 명령을 받아 자판기처럼 판결을 찍어내던 조직의 정점에 있던 대법원장은 독재가 사라지자 스스로 제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왕적 대법원장과 재판독립은 형용모순이요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입니다. 👉 칼럼 보기

[정동칼럼] 탄핵 이후 새 정부가 직면할 재정 상황

새 정부가 마주할 열악한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남긴 재정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고 말합니다. 건전재정을 한다고 외치며 지출을 줄여왔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 결과적으로 역대급 재정적자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문제의 핵심은 고물가, 고금리로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데도 이념적 감세 정책을 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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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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