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철벽 방어', 여기서 뚫렸다
특검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기소한 가운데, 오 시장이 제출한 휴대폰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 시장이 지난 3월 검찰 압수수색 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 8대를 제출했는데, 여기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다수의 증거가 나왔다는 겁니다. 검찰이 당시 확보한 직간접적 증거는 특검에 고스란히 인계돼 지난달 오세훈-명태균 대질조사에서 오 시장 압박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 시장 휴대폰에서 발견된 가장 강력한 단서는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여론조사 파일입니다. 명씨는 오 시장 측에 13차례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중 6개의 여론조사가 오 시장 휴대폰에 담겨있는 게 드러났습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선거 때가 되면 그냥 여론조사를 보내는 곳이 많다"며 자신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특검 수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상황입니다. 오 시장이 몰랐다고 한 여론조사 파일이 측근들에게도 전달된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 파일이 전달된 시기도 오 시장의 주장과 배치됩니다. 오 시장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명씨를 2021년 보궐선거 전인 1월에 끊어냈다고 했는데, 오 시장 휴대폰에서 발견된 여론조사는 그 이후 것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특검은 오 시장의 측근인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조사를 통해 여론조사 설문과 관련해 명씨 조언을 얻는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이런 과정을 거쳐 명씨가 주장한 13차례의 여론조사 가운데 10건을 오 시장이 직접 명씨에게 의뢰했다고 특정해 기소했습니다.
여론조사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는 명씨의 진술을 근거로 한 특검의 현장 확인이 주효했습니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오 시장으로부터 선거법 때문에 여론조사 비용을 직접 못 줘 김한정에게 2000만원을 빌리러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진술을 토대로 특검은 실제 오 시장 자택과 캠프가 있는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과 카페에서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을 대납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씨가 카드로 수십만원을 결제한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특검은 오세훈-명태균 대질조사에서 이를 제시했고, 오 시장은 당일의 가족행사를 언급했지만 뚜렷한 반론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명씨가 오 시장과 7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진술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명씨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주장을 하며 만난 날짜와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앞서 오 시장은 명씨와 두 차례 만난 게 전부라며 부인했지만, 특검은 현장을 답사해 명씨 진술과 일치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은 1일 오 시장을 기소하면서 "관련자 진술뿐만 아니라 직간접적 증거, 물적·인적 증거 등을 모두 종합해 충분히 혐의가 입증됐다"고 자신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오 시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휴대폰을 검찰에 제출한 게 결정적 패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나타나듯 대부분의 혐의자들이 휴대폰을 폐기하거나 자료를 삭제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 시장은 십수년 동안 사용했던 휴대폰을 모두 제출했습니다. 당시 오 시장은 "어떤 경우에도 떳떳하고 투명하게 처신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당당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이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별 문제가 없다고 착각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상황이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는데다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 오판했다는 지적입니다.
특검 기소 내용을 보면 오 시장은 재판에서도 혐의를 벗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오 시장이 이번에 기소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으면 정치 활동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됩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국민의힘 경선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도 출마해 당선됐으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취임 7개월만에 하차한 바 있습니다. 설령 오 시장이 당내 경선을 통과한다해도 도중에 낙마할 후보를 찍을 시민은 많지 않습니다. 차기 대선까지 바라보던 오 시장으로선 정치 생명이 끊길지도 모르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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